사업주가 근로계약서 외 이면 계약을 강요하고 산업재해 신청마저 방해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발생하며, 이들에 대한 근무처 변경 허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선 용접공 체류자격(E-7-3)으로 국내에 입국하여 근무하던 방글라데시 국적의 ㄱ씨가 겪은 고충민원을 해결하고, 유사한 민원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법무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ㄱ씨는 2023년 9월 조선 용접공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입국하여 A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중, 해당 사업장 폐업 후 2024년 2월 근무처 변경 허가를 받아 B 기업에서 근로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B 기업 사업주는 근무처 변경 허가 시 제출된 표준근로계약서와 달리 일방적으로 불공정한 이면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근로계약 기간은 12개월에서 8개월 25일로, 근로 장소는 변경 불가에서 가능으로, 업무 내용은 선박블록 용접에서 취부(取付)로, 임금은 보장된 월 250만원에서 시급 9,900원으로 변경되어 ㄱ씨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발생했다. 취부(取付) 작업은 선체 블록을 도면대로 정위치에 설치하고 고정하는 본용접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의미한다.
또한, ㄱ씨는 B 기업에서 근로활동 중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의 권유와 설득으로 인해 산업 재해 보상 청구를 하지 못했다. 결국 ㄱ씨는 근무처 변경을 위해 올해 3월 법무부에 구직활동 체류자격(D-10-1)으로 변경 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에서 근무처 변경 허가 기준과 관련하여 ㄱ씨의 귀책 여부에 대한 이견이 있어 해결되지 못했다. 구직활동 체류자격(D-10-1)은 특정 활동(E-7)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연수나 구직활동 등을 하려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체류자격이다. 이에 ㄱ씨는 올해 4월 근무처 변경을 허용해 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고용노동부 및 법무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여러 차례 협의한 결과, ㄱ씨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이 없는 근무처 변경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선 용접공 체류자격(E-7-3) 지침에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 근무처 변경을 허용하고 있으며, B 사업장이 이면 계약서를 작성하여 ㄱ씨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근로계약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담당 고용노동지청의 확인 결과 ㄱ씨는 B 사업장으로부터 법정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B 사업장은 당초 근로계약서상 명시한 월 임금의 10% 이상을 4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더불어 ㄱ씨는 3개월 이상의 부상을 입었으나, 향후 행정기관의 불이익 조치를 받을 것을 우려한 사업주의 회유로 산업재해 보상 청구를 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ㄱ씨의 근무처 변경을 허용하도록 법무부에 의견표명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2021. 4. 1. 고용노동부 고시 제2021-30호)에는 사업자의 임금 체불 및 이면 계약 체결 등이 발생한 경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도록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더불어 일반기능인력 체류자격(E-7-3) 중 근무처 변경 허용 대상 직종(조선 용접공 포함)과 관련하여,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이 없는 근무처 변경 허가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도록 법무부에 제도 개선 의견표명을 함으로써 유사한 고충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행정처리 지연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2024년 1월에도 불합리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E-9 비자) 관련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바 있으며, 제도 개선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충민원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유철환 위원장은 이번 민원이 조선 용접공 체류자격(E-7-3)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 없는 근무처 변경 허가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미흡과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발생했으나, 관계기관의 이해와 협의를 통해 고충을 해소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국민권익위원회는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 등 사회 취약계층의 고충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한편, 고충처리 과정에서 발견되는 불합리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