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 현장의 복잡성과 위험성이 날로 증대되면서 소방관들의 건강과 안전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소방 정책으로는 급변하는 재난 환경 속에서 소방관들이 노출되는 유해 인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소방청 중앙소방학교는 지난 11월 25일 충남 공주시 중앙소방학교 대강당에서 ‘제37회 119 소방정책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현장의 실효성 있는 소방 정책 발굴과 함께 국민 안전 증진을 위한 해법 모색에 나섰다.
1982년 ‘제1회 소방행정발전 연구대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콘퍼런스는 올해로 37회를 맞이하며 소방 분야 연구 기능 활성화와 정책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적인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소방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고 현장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로, 그간 수많은 논문 발표를 통해 효율적인 소방 활동 방안과 정책 대안이 제시되어 왔으며, 이는 소방 제도의 발전과 현장 대응력 강화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전국 19개 시도소방본부가 예선에 참여했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 대구, 광주, 울산, 세종, 경기, 충남, 경북 8개 본부가 본선에 진출하여 최종 경합을 벌였다. 본선에서는 사전 논문 심사 결과와 현장 발표 심사 결과를 합산하여 수상작을 결정하였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성과는 충남소방본부가 대상을 수상한 ‘재난현장 유해인자 초기 제거를 통한 통합관리체계 구축’ 연구였다. 이 연구는 Decon Nozzle이라는 유해물질 세척 노즐을 개발하여 재난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 인자로부터 소방공무원의 신체를 보호하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개발된 Decon Nozzle은 현장에서 즉시 사용이 가능하여 오염 물질의 외부 확산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열 스트레스 완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소방대원들의 건강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소방장비의 효율적 생애주기 관리를 위한 통합관리체계 구축 방안 연구’로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현장지휘관 의사결정 지원 프로그램” 개발 연구’와 경북소방본부의 ‘현장을 바꾸는 소방과학, 데이터 기반 화재전술과 소방서 단위 훈련 프로그램 개발 연구’가 우수상(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 성과들이 제시되었다. 장려상(소방청장상)은 대구소방안전본부의 ‘생성형 AI 기반 전통시장 대응시스템 구축 방안 연구’와 세종소방본부의 ‘자연수리 및 공업용수를 활용한 소방용수 공급에 관한 연구’가, 격려상(중앙소방학교장상)은 서울소방재난본부의 ‘피난약자시설의 방화구획 및 스마트 대피기술 적용에 따른 피난안전성 향상 연구’와 울산소방본부의 ‘병원 전 응급의료체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개선 방향 연구’가 각각 수상하며 연구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김태한 중앙소방학교장은 이번 119 소방정책 콘퍼런스를 통해 발표된 다양한 연구 성과들이 국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소방공무원의 안전한 근무 여건을 뒷받침하는 실효성 있는 재난 대응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소방정책 연구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소방 정책의 혁신과 발전을 이끌어갈 것을 시사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재난 현장의 유해 환경으로부터 소방관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나아가 국민 전체의 안전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