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이 겪어온 600년의 장대한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상설 전시가 개관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오는 30일부터 ‘창경궁 집복헌’에서 ‘동궐, 창경궁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창경궁의 다채로운 변천사를 공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역사 나열을 넘어,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기를 거쳐 오늘날 복원에 이르는 창경궁의 굴곡진 여정을 집중 조명하며,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창경궁이 정궁이 아닌, 창덕궁과 더불어 ‘동궐(東闕)’로 불렸던 ‘이궁(離宮)’으로서 지녔던 독특한 위상과 역사적 역할을 재조명하는 데 있다. 창경궁은 1418년 세종이 선왕인 태종을 위해 수강궁으로 처음 건립되었으며, 이후 성종 14년(1483년) 확장 건립되면서 조선 왕실의 중요한 정치 및 생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은 국왕의 집무 공간이자 왕실 여성과 세자의 생활 터전이었으며, 국가 의례가 거행되는 현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는 동물원과 식물원이 들어서는 ‘창경원’으로 격하되는 치욕적인 수모를 겪어야 했다. 광복 이후 복원 과정을 거치며 오늘날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아픔은 창경궁이 겪어온 굴곡진 역사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동궐, 창경궁의 시간’ 전시는 창경궁의 건립부터 확장,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훼손과 광복 이후 복원에 이르기까지 600년의 여정을 다양한 자료와 함께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창경원’ 시절의 훼손 모습과 복원을 위한 노력을 담은 자료들을 통해 궁궐이 겪었던 상처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모든 관람객이 동등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수어 해설 영상과 점자 안내 홍보 책자를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전시와 더불어, 평소 출입이 제한되었던 영춘헌이 오는 11월 16일까지 특별 개방된다. 이곳에서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여 헌종 14년(1848년) ‘무신진찬의궤’ 속 왕실 연회 장면을 태블릿 PC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무신진찬의궤’는 헌종이 순원왕후의 60세와 신정왕후의 41세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했던 성대한 연회를 기록한 의궤이다. 관람객들은 마치 실제 연회장에 와 있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며 역사 속 순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동궐도>에 나타난 창경궁의 전각들을 찾아 스티커를 붙여 완성하는 체험, 포토존과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 및 참여할 수 있으며,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이번 전시를 통해 창경궁이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의 장임을 널리 알리고, 앞으로도 궁궐 공간을 활용한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