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대 경제 대국이자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제 협력이 기존의 기간 제조업을 넘어 AI 및 첨단 산업,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협력 확대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양국이 직면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지향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제5차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는 이러한 협력의 구체적인 진전 방안을 논의하는 장으로서, 지난 9월 26일 롯데호텔에서 개최되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을 포함한 양국의 11개 주요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총 57개의 협력 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위원회는 2023년 10월 제4차 위원회 이후 2년여 만에 서울에서 개최되어 양국 간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9년간 ‘한-사우디 비전 2030 협력 각서(MoC)’에 따라 운영되어 온 위원회는 총괄, 제조·에너지, 스마트인프라·디지털, 역량강화, 보건의료, 중소기업·투자 등 6개의 분과를 중심으로 양국 간 주요 협력 사업의 이행을 관리하고 애로 사항을 해소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존 46개 협력 과제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총 11개의 신규 협력 과제를 발굴함으로써 협력의 범위를 더욱 넓혔다.
과거 한-사우디 경제 협력이 원유 도입과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자동차, 조선 등 기간 제조 산업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HD 현대와 사우디 아람코의 합작 투자로 사우디 킹살만 조선해양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국제해양산업(IMI) 조선소는 중동 지역 최대 규모(1,200만 m²)를 자랑하며 내년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선박 엔진 조립 공장 역시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와 사우디 국부펀드 PIF의 합작 투자로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건설 중인 자동차 생산 공장은 올해 5월 착공되었으며, 2027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기존 성과와 더불어, 이번 위원회에서 새롭게 발굴된 조선 및 자동차 분야 과제들은 더욱 고도화된 협력을 지향한다. 조선 분야에서는 선박 엔진 조립에서 선박 건조까지 이어지는 기존 밸류체인 협력을 넘어,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최신 친환경 기술 공법 공동 개발까지 협력 범위를 확장한다. 자동차 분야 역시 현지 조립 생산을 넘어 엔진 및 하이브리드차 기술 R&D, 수소차 연료 품질 관리 체계 구축 등 완성차뿐만 아니라 요소 기술, 연료, 표준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협력을 심화시킨다.
AI·첨단 산업 및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본격적인 협력도 기대된다. 네이버는 사우디 주택공사(NHC)와의 협력을 통해 제다, 메카 등 주요 도시에 구축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AI를 접목하여 교통, 에너지, 안전 관리를 아우르는 스마트시티 통합형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리벨리온, 퓨리오사 AI 등 국내 AI 반도체 전문 기업들은 사우디 국영 AI 기업 휴메인과 디지털 전환 및 AI 혁신 관련 협력을 모색한다. 영화, e스포츠, 관광 등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
김정관 장관은 이번 위원회에서 “협력 과제들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분과별 상시 소통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기존 과제와 신규 협력 과제를 긴밀히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AI·첨단 산업, 소프트 파워 등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넓혀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다각적인 협력 강화는 양국이 직면한 경제적 과제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