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2025년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라는 공통된 어려움 속에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의 성과에 따라 기업별 실적이 크게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사업의 견조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SDI와 SK온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3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5조6999억원, 영업이익 60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4.1% 증가한 수치다. 전기 대비로는 매출 2.4%, 영업이익 22.2%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이러한 실적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 효과가 전 분기보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의 빠른 성장세와 소형전지 판매 증가가 전기차 배터리 판매 감소분을 상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롱셀 양산을 시작하며 ESS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전기차 배터리 판매 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이지만, ESS 배터리와 소형전지 판매 증가가 전기차 배터리 판매 감소분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SDI는 2025년 3분기 3천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동차 배터리 부진과 더불어 대미 관세 부과로 인한 ESS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SDI는 그동안 국내와 중국 공장에서 ESS를 생산해 왔으나, 이달부터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일부 라인을 활용해 ESS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이러한 현지 생산 강화는 4분기부터 관세 영향 축소와 AMPC 보조금 효과로 수익성을 일부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ESS 사업 매출액 고성장에도 한국 공장 수출 물량 관세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점은 아쉽다”며 “주요 고객사 공급 조정 등으로 자동차 배터리 사업 턴어라운드가 단기적으로 가시화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SK온 역시 3분기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1공장 가동과 미국 전기차 보조금 삭감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SK온 역시 미국 ESS 시장을 겨냥하여 내년 하반기부터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 일부 생산 라인을 ESS 양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3분기 실적 발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K-배터리 기업들이 어떻게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특히 ESS 시장은 다양한 응용 분야로의 시장 확장성이 큰 만큼, 향후 배터리 기업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사업 성공 사례는 향후 다른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