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국내 독자들의 문학 작품에 대한 관심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어렵다”는 선입견이 강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이 서점가에서 연이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며 문학 소비 행태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있다. 그의 대표작 ‘사탄탱고’는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인 10월 9일 저녁부터 주말인 10월 12일까지 3일 연속으로 일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예스24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작 중, 지난해 한강 작가를 제외하고 사흘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흥행의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사탄탱고’의 폭발적인 판매량 증가는 수상 발표 이후 나흘간(10월 9일~12일) 판매량이 2025년 연간 판매량의 33배에 달할 정도로 급증한 수치로 나타났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다른 작품들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저항의 멜랑콜리’는 31배, ‘라스트 울프’는 39배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하며 그의 작품 전반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이번 현상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 독자들이 흥행을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사탄탱고’ 구매자의 66.9%가 여성이었으며, 40대(29.3%)와 50대(26.5%)가 주요 구매층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어려운’ 문학 작품에 대한 독자층이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었던 양상과는 다른 결과다.
대형 서점인 알라딘과 교보문고에서도 ‘사탄탱고’의 뜨거운 인기는 마찬가지였다. 알라딘의 10월 2주 차 집계에서 ‘사탄탱고’는 베스트셀러 1위를, ‘저항의 멜랑콜리’는 4위를 기록했다. 교보문고 역시 10월 9일부터 13일까지 ‘사탄탱고’가 4000부 이상 판매되는 등 판매 호조를 이어갔다.
독서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 국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문학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인식이 전환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노벨문학상이라는 권위 있는 문학상에 대한 국내 관심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 ‘읽히는 문학’의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국내 출판계에 일으킨 반향이 분명하며,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높아졌다”면서 “이번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작가의 작품 흥행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독자들의 높은 관심은 향후 난해하다고 여겨졌던 해외 문학 작품들에 대한 독서 심리 장벽을 낮추고, 더욱 폭넓은 문학적 스펙트럼의 작품들이 대중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