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인구 구조와 높은 성장률, 적극적인 투자유치 환경을 갖춘 중동 시장은 디지털 전환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는 중동 지역 진출의 관문으로 여겨지며, 한국 디지털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수요가 매우 높은 국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차세대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으나, 실질적인 계약 성과 확대라는 목표 달성에 있어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 UAE 두바이에서 민관합동으로 진행된 중동 디지털 수출개척단 활동은 이러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한 이번 활동에는 총 67개 기업이 참여하여 GITEX Global과 GITEX Expand North Star에서 한국 디지털 공동관을 운영했다. 이 공동관을 통해 참여 기업들은 자사의 AI를 비롯한 차세대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하며 한국 디지털 기업의 혁신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이는 지난 2023년부터 시작된 수출개척단 활동의 세 번째 사례로, NIPA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주관하며 한국 디지털 기업들의 중동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과기정통부가 주최하고 NIPA가 주관한 한-중동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는 5건의 수출계약과 기업 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500만 달러 규모의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 이는 한국과 중동 간 디지털 협력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기대했던 만큼의 폭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아쉬운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계약 체결, 웨이즈원의 실시간 교통정보 통합관리 솔루션 및 포시에스의 스마트 페이퍼리스 솔루션에 대한 MOU 체결 등은 양국 간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전체 67개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달성한 성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별 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이 여전히 녹록지 않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한-UAE AI 포럼 개최는 AI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강화라는 또 다른 목표를 제시했다. 김득중 NIPA 부원장은 개회사에서 “AI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은 글로벌 인공지능 강국을 위한 혁신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AI 반도체는 AI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로 양국이 소버린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반드시 협력해야 할 분야”라고 발언했다. 김태호 노타AI CTO 또한 “AI가 중동에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실질적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AI 기술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논의와 잠재력에 대한 강조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동 시장에서 이러한 기술들이 어떻게 비즈니스적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실행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또한, 현지 진출 기업을 지원하는 UAE IT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중동 진출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책적 지원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이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박태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앞으로도 글로벌 AI·디지털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의지에도 불구하고, 중동 시장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한국 디지털 기업들이 겪는 현지화, 규제, 문화적 차이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계약 성과를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지원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