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예술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극장의 굳게 닫힌 문턱은 많은 이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한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국립극단은 시민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예술을 보다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한낮의 명동극’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문화적 휴식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립극단이 1950년 창단 이래 꾸준히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며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365일 열려있는 극장’이라는 올해의 기조에 맞춰 기획되었다. 특히, 매주 수요일 정오에 명동예술극장 야외마당에서 펼쳐지는 거리예술 공연은 다채로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커스, 인형극, 마임, 연희 등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시간 내어 극장을 찾기 어려운 직장인, 관광객, 그리고 우연히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에게도 예술이 자연스럽게 삶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진행된 인형극 <곁에서> 공연 현장은 이러한 취지가 실제 시민들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공연 시작 안내 방송에 발걸음을 멈춘 시민들은 처음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점차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과 과감한 연출에 몰입했다. 단 한 명의 연주자만으로도 야외 마당은 작은 극장으로 변모했으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관객들은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했다. 연주자가 관객에게 말을 걸고 배역을 주는 등 적극적인 참여 유도는 단순한 수동적 관람을 넘어 일상 속 짧지만 강렬한 예술 경험으로 관객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했다.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한 시민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낮의 명동극>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제정된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거리예술 공연은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관객층을 확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예술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도록 돕는다. 공연 시간은 작품별로 약 20~40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점심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에 좋으며, 별도의 예매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단, 공연 중 폭우가 예보될 경우에는 공연 중단 또는 취소가 될 수 있다.
국립극단은 <한낮의 명동극> 외에도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 ‘명동人문학’ 강연 프로그램을,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명동예술극장의 역사와 연극 제작 과정을 살펴보는 ‘백스테이지 투어’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365일 열려있는 극장’을 실현하고 있다. 남은 일정 중 ‘문화가 있는 날’에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은 9월 24일과 10월 29일이다. 만약 명동을 찾기 어렵다면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누리집에 접속하여 전국 각지의 문화공간에서 제공하는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할인 혜택, 국·공립시설의 무료 및 연장개방 정보, 도서관의 ‘두배로 대출’ 등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문화 혜택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100% 즐길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열리는 문화공연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가 만나는 작은 무대는 일상 속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