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한 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금융당국의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되며, 증권사들의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약을 위한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오는 26일 삼성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한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프리젠테이션은 발행어음 인가 심사 절차의 일부로,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각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 ▲리스크 관리 ▲국가 경제 기여도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사업 인가를 넘어, 초대형 IB로서의 역량과 책임을 갖추고 있는지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증권업계는 이번 PT를 통해 각 증권사가 제시할 자본 건전성, 리스크 관리 방안, 그리고 미래 자금 조달 계획 등에 주목하고 있다.
발행어음 사업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하는 증권사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는 사업으로,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증권사가 초대형 IB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앞서 5개 증권사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으며, 이번 금감원의 PT는 금융위원회 심사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각 증권사는 발행어음 인가를 대비해 차별화된 전략과 조직 정비를 진행해왔다. 삼성증권은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확충했으며, 2028년까지 누적 5조원 규모의 모험자본 공급 계획을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발행어음 TF를 정규 조직으로 승격하고 투자운용 부문 산하에 종합금융팀을 신설하여 혁신·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소싱부터 집행까지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계획 중이며, 신한투자증권은 그룹 역량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 자금 조달 및 VC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비중을 최소화하고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들 5개 증권사가 모두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경우, 단기간 내 20조원에서 30조원 규모의 신규 모험자본이 첨단 산업과 벤처기업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혁신 생태계 활성화와 자본 시장 체질 개선에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발행어음 제도가 원활하게 인가되고 많은 종투사가 참여한다면 모험자본 공급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