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없이 어디든 이착륙 가능한 단거리이착륙(STOL) 무인기 개발에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았다. 이는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국내 방산업계의 글로벌 무인기 시장 진출과 기술 역량 강화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무인기 전문 기업인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미래 무인기 사업 협력을 본격화한다. 두 회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USA) 방산전시회에서 단거리이착륙(STOL) 무인기 ‘그레이 이글-STOL(GE-STOL)’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기존 무인기가 운용되기 위해 필수적이었던 1km 이상의 활주로 필요성을 획기적으로 줄여, 약 100m의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함상, 야지, 해변, 심지어 도심의 주차장과 같이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무인기 운용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무인기 시스템이 직면했던 운용 제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 공동개발 계약을 통해 GE-STOL 시연기 1대가 개발되며, 2027년 초도비행, 2028년 첫 인도라는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랜딩기어, 연료 계통을 담당하며, 한화시스템은 항공전자장비와 임무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GE-STOL 기체 조립 및 생산을 위한 국내 생산시설 설립 계획은 한국 방위산업의 자립도 강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된 3000억원을 포함, 총 7500억원을 무인기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한화의 장기적인 계획의 일환으로, 국내 무인기 산업 생태계 강화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투자로 볼 수 있다.
GA-ASI는 향후 10년간 GE-STOL에 대한 15조원 규모의 구매 수요를 예측하고 있으며, 이미 미국, 영국 등 NATO 동맹국과 일본, 호주 등이 GA-ASI의 무인기를 운용 중이다. 주한미군 역시 그레이 이글 무인기를 운용하고 있어, 우리 군의 GE-STOL 도입 시 양측의 연합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한국과 미국이 GE-STOL을 공동 생산함으로써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항공산업 생태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한화는 전투기 엔진, 레이더, 항공전자 장비에 이르는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종합 무인항공기업으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부품 공급자를 넘어, 첨단 무인기 개발 및 생산의 핵심 주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GE-STOL의 성공적인 개발과 보급은 한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향후 다양한 첨단 무인기 시스템 개발 및 수출로 이어지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