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로 인해 은행 창구에서 목돈을 이체하거나 인출하는 절차가 눈에 띄게 까다로워졌다. 특히 디지털 금융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은행은 이들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이중 삼중’의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나섰다. 이는 단순히 은행 이용의 불편함을 넘어, 날로 지능화되는 금융사기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보이스피싱 등 문자 결제 사기 범죄 피해액은 7천 992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월별 피해액이 1천 345억 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러한 통계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특정 연령대를 넘어 사회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에 은행권은 고객의 금융 거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창구를 이용하는 고액 인출·이체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홍보 동영상 시청을 의무화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최신 사례를 담은 영상과 함께, 실제 발생한 사기 수법을 재연한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정부 기관을 사칭하며 개인 정보와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 가해자의 능숙한 연기력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고객들이 유사한 상황 발생 시 이체를 멈출 수 있는 판단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나아가, 일부 은행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전담 창구를 설치하며 범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kfb.or.kr)에서는 신종 금융사기 유형 안내, 사기 유형별 예방 방법,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절차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고객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번 강화된 문진 제도 및 예방 교육은 어르신들의 경우 “점점 내 돈 찾기도 힘들어진다”는 불만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은행 측은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고객님의 소중한 자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함”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 추석 명절 이후 교통 범칙금, 명절 선물, 대출, 택배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보이스 피싱 의심하Go, 주저 없이 전화끊Go, 해당 기관에 확인하Go’라는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더불어, 발신 번호는 금융사기 통합 신고 대응센터(1566-1188)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으며,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함께 운영하는 이 센터는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또한, 악성 앱 설치 피해 발생 시 경찰서 방문을 통해 전용 제거 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오는 10월 31일까지 ‘보이스 피싱 정책, 홍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국민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있다. 이는 보이스 피싱 피해 예방 및 구제 관련 신규 제도 제안, 현행 제도 개선 방안, 빅데이터 및 AI 활용 탐지 기법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보다 효과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