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북도는 콩나물국밥이라는 대중적인 음식을 지역 최고의 별미로 자랑한다. 시원하고 감칠맛 나며 흐뭇한 콩나물국밥은 맑은 물에서 자라 신선한 콩과 콩나물을 사용하기에 그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러한 명성은 전북 지역의 오랜 노포 상당수가 콩나물국밥 전문점이라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집에서는 흔하게 접할 수 있어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는 이 국밥이 어떻게 지역의 대표 음식이 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세상은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먹는 방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말씨, 차림새, 습속이 달라 그 다름에서 오는 재미가 세상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먹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비슷한 음식이라 할지라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중국 화교가 시작한 짜장면이나 짬뽕마저도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국 화교 중국집 연합회가 모여 메뉴 통일을 결의한다 해도, 각자의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설령 결의를 지키려 해도, “요새 왜 이 집 짜장이 달라진 거 같어. 옛날 같질 않어”와 같은 손님들의 평가는 주방장을 다시 자신만의 레시피로 돌아가게 만든다. 음식은 달라야 맛의 일부가 되기도 하기에, 굳이 통일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짜장면을 먹고 싶은 마음은 변치 않는다.
콩나물국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 콩나물국은 ‘요리’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식당에서 기본 백반을 시키면 함께 나오는 국 중 하나로, 어떤 국이 나올까 기대하는 재미로 백반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콩나물국이 나오면 실망감을 느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건더기가 부족하고, 미리 끓여둔 국에서는 콩나물이 퍼져버려 별다른 맛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라북도에서는 콩나물국밥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랜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식당에서 주문하는 과정은 예상과 달랐다. 콩나물국밥을 주문하는 것이 단순히 ‘한 상 주세요’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수란으로 할까요, 날계란으로 할까요?’, ‘오징어를 넣을까요, 말까요?’, ‘밥은 토렴할까요, 따로 낼까요?’와 같은 질문들은 가게마다, 동네마다, 지역마다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프로그램의 성우 목소리가 떠오를 만큼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 지역 콩나물국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현지인의 조언은 “거, 어렵지 않어. ‘여기는 어떻게 시켜요?’ 하고 물어봐”였다. 그러면 주인은 말이 없고, 옆자리의 손님이 대신 방법을 알려준다. 이러한 방식은 주방장은 매출을 올리고, 안내해 준 손님은 뿌듯함을 느끼며, 주문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일거삼득’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경험한 콩나물국밥집은 일반적인 국밥집과는 다른 프로세스를 보여주었다. 주문을 받으면 뜨거운 국을 푸고 밥을 토렴하여 반찬과 함께 내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국솥의 김이 퍼져 나가는 가운데, 주문을 받은 이모가 국을 담은 투가리를 탁자 위에 올리는 모습은 특별했다. 이후 하이라이트는 마늘과 매운 고추, 파를 손님 앞에서 직접 다져 양념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영세한 국밥집에서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천천히 재료를 다져주는 방식은 흥미롭다. 마늘과 고추를 막 다져 올리는 것과 미리 썰어둔 것을 얹는 것은 향의 차원에서 천양지차다.
전주는 물론 익산, 군산 등 인근 도시에도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세 집 건너 하나는 콩나물국밥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음식은 지역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전날 과음을 하는 사람들도 줄고, 먹을거리가 풍부한 시대이지만, 전북에 가서 콩나물국밥을 빼놓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
추신으로, 다른 음식은 몰라도 잘 하는 콩나물국밥집에 대해서는 택시기사에게 함부로 묻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랜 전통의 명가뿐만 아니라 동네마다 새로운 강자들이 많아 기사님들이 즉답을 못하고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이는 외지인에게 온정을 베풀려는 마음씨 덕분이기도 하지만, 맛있는 콩나물국밥집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