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연휴가 끝나면 집집마다 냉장고에는 명절 음식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특히 푸짐하게 준비했던 갈비찜이나 잡채,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전은 명절 분위기를 이어가는 즐거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음 식사를 위한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남은 음식들을 단순히 데워 먹는 것을 넘어, 색다른 요리로 재탄생시켜 명절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는 없을까. 박찬일 셰프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으로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라는 두 가지 레시피를 제안한다.
올해 추석은 예년과 달리 이른 추수 시기와 맞물려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박찬일 셰프는 명절이 단순히 음식을 나누는 날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게 해준 원동력이자 감사와 봉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추석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차’와 ‘송편’, 그리고 갈비찜과 잡채 등은 예부터 명절을 상징하는 음식들이었다. 셰프는 과거 고기 구하기가 어려워 소갈비찜은 부유한 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음을 회고하며, 현재는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명절 분위기를 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명절 음식 중에서도 특히 갈비찜과 잡채는 함께 남기 쉬운 조합으로, 이를 활용한 ‘갈비찜 잡채볶음밥’은 훌륭한 별미가 된다. 명절이 끝나고 남은 갈비찜 냄비에는 살점보다는 달콤한 양념과 물러진 당근 등이 남아있기 마련인데, 셰프는 이 양념이 볶음밥의 맛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설명한다. 남은 뼈와 건더기를 추려내고 갈비찜 양념 한 국자를 활용하면 1인분의 볶음밥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잡채와 김가루, 그리고 취향에 따라 고추장 반 큰술이나 다진 신김치를 더하면 간단하면서도 풍부한 맛의 볶음밥이 완성된다. 특히 갈비소스와 잡채에 이미 기름기가 충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식용유 없이도 깊은 풍미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다른 명절 남은 음식의 활용법으로는 ‘전 두루치기’를 제안한다. 명절 음식의 단골 메뉴인 전 역시 남았을 경우, 이를 색다른 조림 요리로 변신시킬 수 있다. 두루치기는 조림이나 볶음과 유사하지만 즉석 요리 느낌이 강한 요리로,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치킨스톡 등의 재료와 함께 끓여내면 된다. 냄비에 다진 마늘과 파를 볶은 후 캔 참치와 물, 치킨스톡을 넣고 김치와 적당한 크기로 자른 전을 넣어 고춧가루와 함께 끓이면 완성된다. 특히 두부전이 남았다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전에서 우러나오는 기름기가 국물을 진하고 깊게 만들어준다. 셰프는 이 두루치기가 명절의 ‘좋은 시절’이 지나가는 아쉬움을 달래줄 맛있는 음식이라고 덧붙인다.
한편, 박찬일 셰프는 오랜 기간 음식 재료와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달리며 전국의 노포 식당 이야기를 소개해 온 전문가이다.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서를 통해 음식에 얽힌 깊이 있는 통찰을 선보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