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만사가 고유한 생태계 안에서 작동하지만, 이를 간과한 정책들이 결국 도시 공동화와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지방 혁신도시 건설과 신도심 개발 정책은 젊은 인구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며 원도심의 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반도체 산업의 경우 생태계 경쟁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생태계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생태계의 번성을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종 다양성’이다. 다양한 종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생태계 전체가 유지된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이 단일 품종의 감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종 다양성의 붕괴를 가져왔던 비극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둘째,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이다. 태양 에너지가 식물, 동물, 미생물을 거쳐 순환하고, 쓰러진 나무가 분해되어 다시 토양으로 돌아가는 과정처럼 끊임없는 순환 구조가 생태계 유지의 필수 요소이다. 셋째, ‘개방성과 연결성’이다. 외부와의 유전자(종) 교류 없이 고립된 생태계는 유전적 취약성으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이는 폐쇄된 가문 내에서의 반복적인 짝짓기로 발생하는 ‘근친교배 우울증’이나 ‘합스부르크 증후군’과 같은 사례로 설명될 수 있다.
지방 도시들이 겪고 있는 ‘원도심 공동화’ 현상은 이러한 생태계적 관점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방의 활성화를 명목으로 건설된 혁신도시에는 정작 배우자를 위한 일자리가 부족하여 부부 중 한 명만 발령이 나더라도 가족 전체가 이주하기 어려운 현실이 발생한다. 또한, 인구 증가 없이 무분별하게 신도심에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기존 원도심은 유령도시화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지역 청년들은 창원과 부산처럼 지리적으로 가깝더라도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이 불가능한 ‘마음의 거리’를 느끼며 서울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통근 전철’과 같은 교통망 구축 타당성 검토가 늘 난항을 겪는 것도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 추진의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에 뒤처지는 이유 역시 생태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 산업은 칩 설계부터 패키징 및 후공정까지 여러 전문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다. 팹리스, 디자인 스튜디오, IP 기업, 파운드리, 패키징 기업 등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협력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IP 파트너 수나 패키징 기술 등 여러 단계에서 TSMC의 생태계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으며, 이러한 생태계 경쟁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개별적인 노력에만 집중한 결과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상일 대부분이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작동함을 이해하고 이를 정책 수립과 산업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정책은 결국 ‘귀신 나올지 두려운 원도심’, ‘독수공방의 혁신도시’를 만들고,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빌 클린턴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이 현재 상황을 본다면,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고 외쳤을 것이라는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의 지적은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짚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