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사회에 깊은 슬픔과 함께 자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SNS를 통해 드러난 한 팬의 절박한 심경과 이에 달린 따뜻한 댓글들은, 개인이 겪는 고통 속에서 주변의 작은 관심과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들을 배경으로, 우리 사회는 자살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 하에, 정부는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통해 오는 2034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을 17.0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9월 11일, 서울 용산역에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주최한 ‘2025 같이 살자, 같생 서포터즈 박람회’가 열려, 이러한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실질적인 정보 전달에 나섰다.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같생 서포터즈’ 학생들은 이번 박람회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주도하며,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서는 자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전문 상담 전화번호 ‘109’는 ‘한 명의 생명도 자살 없이 구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국민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안내되었다. 또한, ‘마들랜’이라는 이름의 SNS 상담 앱은 ‘마음을 들어주는 랜선 친구’를 표방하며,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비대면 상담 채널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자살 시도자의 사후 대응 서비스이자 유족의 건강한 애도를 돕는 ‘심리부검’에 대한 설명도 주목받았다. 심리부검은 고인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유족이 전문가와 함께 고인의 삶을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애도를 돕고 향후 자살 예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심리부검 담당자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심리부검의 구체적인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심리부검은 자살자의 가족, 동료, 친구 등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진술과 고인 관련 기록을 통해 사망 전 심리·행동 변화를 검토하는 체계적인 조사 방법이다. 이는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라 자살 예방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 참여 자격은 사망 전 6개월간의 행적에 대한 보고가 가능하고 사별 기간이 3개월에서 3년 이내인 경우이며, 2~3시간의 면담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유족은 심리 정서 평가 및 결과서를 제공받고, 이후 원격 체크와 애도 지원금(2025년 기준 30만 원/건)을 지원받게 된다. 비록 개별 보고서나 사망 원인 결과서, 법적 용도로의 활용은 제한되지만, 수집된 데이터는 연간 보고서 및 연구 보고서 발간, 교육 자료 개발, 정책 개발 등에 활용되어 자살 예방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는 이러한 심리부검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자살률 감소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는 자살 시도자 및 유족을 아우르는 고위험군 집중 관리와 기관 간 연계 체계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심의·의결했으며, 내년도 관련 예산을 708억 원으로 대폭 증액할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익명의 슬픔 속에서 사회적 고립과 단절은 개인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킨다. ‘죽고 싶다’는 말 속에 숨겨진 ‘살고 싶다’는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희망이 있다’는 막연한 외침 대신 ‘도와달라’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심리부검’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적 지원과 ‘109’, ‘마들랜’과 같은 실질적인 상담 채널을 통해 우리는 한 걸음 더 다가가고, 두 번 더 생각하며,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동일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