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평가 속에서 일부 편향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어,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성과와 향후 과제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제기된다. 특히, 회담 결과에 대한 폄훼 시도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초기,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대한 ‘백악관 당국자’의 답변은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 당국자’는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고 언급하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놓아 향후 관계 설정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또한, 미 행정부는 7월 30일 관세 협상 타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정을 요구해왔다. 이는 한국의 안보 취약성을 활용하여 한미동맹의 역할 변경, 국방비 인상 및 방위비 폭증, 나아가 주한미군 규모 축소까지 시사하며 한국의 양보를 압박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급기야는 한미 정상회담의 실패를 의도한 듯한 루머까지 확산되며, 회담 실패가 예상되는 긴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난관 속에서 대한민국 이재명 정부는 국익을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철저한 준비, 그리고 외교적 지혜를 총동원하여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의혹을 불식시키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공식적 신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으며,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한미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회담 직후 제기된 의전 홀대, 동맹 현대화의 구체적인 내용 결여, 공식 발표문 부재 등의 논란에 대해 살펴보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의 영접 문제는 미국 측의 사전 양해를 구한 ‘공식 실무방문’의 관행에 따른 것으로, 이는 결코 부자연스러운 일로 보기 어렵다. 또한, 대통령 숙소를 블레어하우스가 아닌 인근 호텔로 정한 것은 해당 시설의 정기 보수 공사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이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방미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던 사례다. 이러한 사실들은 ‘역대급 홀대’라는 일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목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신뢰 관계 구축과 동맹의 우의 확인, 그리고 한반도 평화 회복 및 첨단 기술 협력을 통한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미동맹 강화였다. 이러한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 동맹 현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것은 오히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용으로 전환하고 한국의 국방비 부담을 대폭 증액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 전략적 유연성 수용의 어려움을 표명하고, 한국군의 자체 역량 강화와 국방비 인상 선제 제안 등을 통해 미국 측의 다른 요구들을 유예하는 데 성공했다.
공동 발표문 부재는 아쉬운 부분으로 남지만, 관세 관련 합의 및 대미 투자 관련 세부 사항에 대한 신중한 접근은 국익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향후 협상을 통해 발표될 가능성이 있으며, 오히려 합의 발표를 유보함으로써 시간을 확보한 측면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한반도 평화와 미래지향적 상호 협력을 논의할 파트너로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스마트한 한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칭하며 ‘완전한 지원’을 약속하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경제 통상 문제에서의 불확실성 제거와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정상 간 논의를 통한 일부 진전 역시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관세 협상의 호혜적 마무리, 자동차 관세 하향 조속 시행, 반도체 및 의약품 품목 관세에서 한국의 최혜국 대우 보장, 그리고 조선, 원자력, 방산, 첨단 기술 협력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러 협력 강화 가능성에 대비하여 한·중 및 한·러 관계 정상화, 전략적 동반자관계 회복, 양 강대국의 한반도 평화 지지 유도, 남북 관계 정상화 추진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활용한 한반도 평화 회복 및 정착이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전보다 배가 된 노력을 기울여 전방위적 우호 협력과 균형 잡힌 실용 외교를 지혜롭게 구사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 회복과 번영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27년간 세종연구소에서 북핵 문제, 남북 관계, 한미 동맹, 한러 관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등 한국의 국가 안보와 전략을 연구해왔다. 한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 구축, 평화 통일을 위해 화해, 공동 번영, 국익 극대화를 지향하는 실용 외교를 주창해왔다. 국정 기획 위원회 외교 안보 분과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