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어촌기본소득 입법 촉구 500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농어촌 기본소득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 법안은 농어촌 읍·면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월 30만원(연 36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확대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국적인 인구감소 현상으로 농어촌 지역의 소멸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한 지자체들의 참여가 저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선정 예정 규모였던 6개 군을 훨씬 웃도는 49개 군이 신청하며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일부 지자체는 높은 군비 부담을 이유로 사업 참여를 포기하며 지역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6개 군을 대상으로 주민등록을 두고 30일 이상 거주하는 주민에게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국민주권정부 5대 국정목표 중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과 ‘기본이 튼튼한 사회’ 실현을 위한 역점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전국 69개 군 중 71%에 해당하는 49개 군이 신청에 참여했으며, 이는 인구감소 지역 대부분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범사업의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고성군과 같이 높은 군비 부담을 이유로 사업 참여를 망설이는 지자체도 존재한다. 고성군의 경우, 사업 선정 시 연간 약 1천703억 원의 총사업비 중 국비와 도비를 제외한 715억 원에 달하는 군비 부담이 예상되어 사업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 부담과 함께 일회성 지원보다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 사업 추진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농어촌 지역의 현실적인 재정적 어려움과 함께, 기본소득이라는 정책 수단이 실질적인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 방식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농식품부는 제출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서류 및 발표평가를 거쳐 이달 중 6개 군 내외의 사업 대상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평가위원회는 농어촌 정책 및 지역발전 전문가로 구성되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2년 동안 운영되며, 총괄 및 관할 지방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주민 삶의 질 만족도, 지역경제 및 공동체 활성화, 인구구조 변화 등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 효과 분석 결과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향후 본사업 추진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참여 저조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과연 인구 유출 방지 및 지역소멸 위기 대응이라는 정책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실질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 완화 방안과 함께,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다각적인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