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사진 한 장, 혹은 단순한 메신저 대화 하나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위험 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시대적 문제 상황 속에서, 거창한 첨단 기술보다는 일상적인 정보 공유와 교육을 통한 예방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 디지털 범죄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예방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작년 여름, 한 평범한 날에 벌어진 사건은 이러한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녀와 키즈카페를 다녀온 어머니는, 딸의 말투를 흉내 낸 낯선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메시지대로 신분증 사진을 보내고, 함께 온 링크를 클릭한 어머니는 순식간에 보이스피싱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후 어머니의 휴대전화에는 처음 보는 이상한 앱들이 무분별하게 설치되어 있었고, 문제의 대화창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딸은 당황했지만, 남편과 함께 즉시 경찰서를 방문했다. 하지만 토요일이었던 탓에 민원실만 운영되고 있었고, 아직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신고 접수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경찰서 민원실에서 받은 대처 방법 안내문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피해 복구에 나섰다.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신분증 분실 신고였다. 추가적인 신분증 도용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였다. 이어서 경찰청 앱을 통해 휴대전화에 설치된 악성 앱들을 삭제했으며, 금융감독원에 개인정보 노출 사실을 등록했다. 또한 ‘웹세이퍼’,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털린 내 정보 찾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명의 도용 피해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 결과, 어머니 명의로 대포폰 두 대가 개통되었고, 열 개가 넘는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어머니의 본래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50만 원의 소액 결제가 이루어진 것도 파악되었다.
다행히 어머니가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아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만약 휴대전화에 공인인증서라도 있었다면 피해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보이스피싱’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전화 한 통, 메시지 하나로 일상에 파고드는 ‘생활 속 범죄’가 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여, 우정사업본부는 적극적인 예방 교육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부산, 강원, 충청 등 농어촌 지역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우체국 디지털 교육’을 시범적으로 시행했으며, 시범 기간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국 농어촌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디지털 교육은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포함하여, 키오스크, 모바일뱅킹, ATM 사용 방법 등 고령층의 실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소소해 보일 수 있는 교육이지만, 디지털 범죄에 취약한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진다. 신분증 사진 한 장,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로도 큰 위협에 노출될 수 있는 시대에, 거창한 기술보다 일상적인 정보 공유와 실질적인 예방 교육이야말로 우리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어르신들과 마주하며, 작은 교육 한 번이 모두를 지키는 강력한 방패가 되기를 바라며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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