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명절 연휴가 끝나고 냉장고에는 정성껏 준비한 명절 음식들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특히 푸짐하게 준비했던 갈비찜과 잡채, 각종 전은 명절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지만, 연휴가 끝난 후에는 처리해야 할 음식물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흔히 명절 음식은 데워 먹거나 그대로 보관하지만, 남은 명절 음식을 전혀 다른 매력의 요리로 변신시키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이는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새로운 맛의 경험을 제공하는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박찬일 셰프는 남은 명절 음식을 활용해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를 만드는 방법을 제안하며, 명절 음식물 쓰레기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셰프의 제안은 추석이라는 명절의 의미와도 깊이 연결된다. 추석은 본래 가을의 풍요로움을 감사하며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이자 추수의 축제다. 올해 추석은 9월 12일(2025.9.12)로, 날씨도 좋고 시절도 나쁘지 않아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 명절 음식, 특히 귀한 식재료였던 갈비는 과거 명절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명절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풍요로움 이면에는 남은 음식물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가 뒤따른다.
박 셰프는 이러한 명절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갈비찜 잡채볶음밥’을 소개한다. 남은 갈비찜에서 뼈와 물러진 채소를 추려내고, 갈비찜 양념과 국물을 활용하여 밥을 볶는 방식이다. 여기에 잡채와 약간의 김가루, 그리고 고추장 반 큰술을 더하면 간편하면서도 풍미 가득한 볶음밥이 완성된다. 식용유를 따로 두르지 않아도 갈비 소스와 잡채에 포함된 기름 덕분에 충분한 맛을 낼 수 있으며, 고추장 대신 다진 신김치를 활용하면 색다른 매력을 더할 수 있다. 이는 1980년대에 들어서야 돼지갈비찜을 집에서 먹을 수 있었던 시절부터 명절 음식에 대한 그리움과 풍요로움을 기억하는 셰프의 경험이 녹아든 제안이다.
이와 더불어, 셰프는 남은 전을 활용한 ‘전 두루치기’라는 새로운 레시피도 제안한다.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치킨스톡을 주재료로 하여 냄비에 볶고 끓여내는 방식이다. 특히 두부전이 남았을 경우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으며, 전에서 우러나오는 기름이 국물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는 조림이나 볶음과 유사하지만 즉석 요리의 느낌이 강한 두루치기의 특징을 살린 것으로, 남은 전의 활용도를 높이는 창의적인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박찬일 셰프의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 레시피는 명절 후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라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남은 명절 음식을 새로운 맛으로 재창조하여 풍요로운 명절의 경험을 더욱 확장시키는 방안이다. 이러한 재해석은 단순히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을 넘어, 창의적인 요리를 통해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실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