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노후 자금 마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부부 화목이라는 인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퇴직 후 가정에서 남편의 존재 자체가 아내에게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심지어 중년·황혼 이혼으로까지 번지는 현상이 한국과 일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부 갈등 문제는 남편과 아내가 현역 시절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결과, 퇴직 후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현실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원문 자료에 따르면, 퇴직한 공무원들의 수기를 심사하면서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안정적인 연금 수령에도 불구하고, 퇴직 후 ‘절벽 위에 서 있는 기분’을 느낀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갈 곳이 없다는 막막함과 더불어, 특히 고위직 공무원이었던 한 인물의 수기는 퇴직 후 남편과 아내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인물은 퇴직 후 3개월간 집에 머물며 아내의 눈치를 보는 것이 답답해 일자리를 찾게 되었고, 주간노인보호센터에서 월 70만원을 벌고 건강보험료 30만원을 절약하면서 ‘무섭던 아내가 천사로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퇴직 후 남편의 가정 내 역할 변화가 부부 관계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는 TV 토크쇼에서도 공론화된 바 있다. 퇴직한 남편이 낮 동안 집에 있을 때, 남편과 아내 모두 불편함을 느낀다는 참여자가 대다수였다. 여성 참여자들은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부담과 집안일에 서투른 남편의 잔소리가 짜증을 유발한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 참여자들은 아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소한 실수에도 핀잔을 듣게 되면 화가 나고 서글픔까지 느낀다고 밝혔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이러한 남편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 일명 ‘부원병(夫源病)’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이는 퇴직한 남편의 존재로 인해 아내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 고혈압, 공황장애 등 다양한 건강 이상 증상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한국과 일본 특유의 ‘분단된 부부 문화’가 지목된다. 남편은 직장 생활에, 아내는 가정과 자녀 양육에 집중하며 서로의 세계에 깊이 관여하지 않던 부부가 퇴직 후 갑자기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발생하는 충돌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전체 이혼 건수 중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인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이 1990년 14%에서 2023년 23%로 증가했으며,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이혼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따라 일본의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둔 부부들에게 낮 동안 각자만의 시간을 갖는 등 부부 화목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한다. 실제로 한 전문가는 퇴직 후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은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언급할 정도다.
한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체 이혼 건수에서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은 1990년 5%에서 2023년 36%로 급증했으며, 이는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언론 보도나 노후설계 강의 현장에서도 이러한 고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퇴직 후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과 더불어, 부부 화목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부 모두 낮 동안 수입 활동, 사회공헌활동, 취미 활동 등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의 진단처럼, 퇴직 후 발생하는 부부 갈등이라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만의 시간 확보’라는 구체적인 ‘솔루션’ 제시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중년·황혼 이혼율 감소와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