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도시 개발이 가속화되던 시기, 부천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함께 난개발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 부천에는 아남산업, 삼성전자 반도체, 로켓트보일러공장을 비롯한 2,000여 개의 공장이 들어섰고,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도시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75년~1980년 전국 인구 증가율이 27.7%였던 것에 비해 부천은 102.9%를 기록했으며, 1981년~1986년에는 126%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보였다. 당시 부천은 서울 개발에 밀려온 사람들이나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의 최소한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며, ‘지상에서 내 집 한 칸 마련하겠다’는 서민들의 꿈을 싣고 있었다. 이러한 도시의 풍경은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가난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그려내 많은 이들에게 ‘우리 모두의 고향’과 같은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러한 고도성장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라는 심각한 문제가 존재했다. 1992년,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환경부 지침에 따라 삼정동에 쓰레기 소각장이 설치되었고, 1995년 5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 소각장은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도시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듯했다. 그러나 1997년, 환경부의 소각로 다이옥신 농도 조사 결과, 삼정동 소각장에서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문제는 심각해졌다. 마을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은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소각장 폐쇄 운동을 벌였고, 결국 2010년 대장동 소각장으로 폐기물 소각 기능이 이전되면서 삼정동 소각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버려질 운명이었던 삼정동 폐소각장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새롭게 태어났다. 약 33년 전, 쓰레기를 태우던 거대한 굴뚝과 소각로는 이제 하늘과 채광을 가득 끌어들이는 ‘에어갤러리(AIR GALLERY)’로 변모했다. 과거 쓰레기 저장조였던 지하 39m 높이의 벙커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쓰레기 반입실은 멀티미디어홀(MMH)로,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 기존의 거대한 설비들은 아카이빙실과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은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소각장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하기까지의 눈물겹도록 생생한 역사를 보여주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부천아트벙커B39의 환골탈태는 단순한 폐산업시설의 재생을 넘어,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과거 경제 발전의 상징이었던 소각장이 이제는 시민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리고 버려진 폐기물이 지혜로운 창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얻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건물 외벽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숲이 그린 이야기’는 동네 어린이들의 작품으로, 소각장을 상징하는 굴뚝 모양의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소리와 색으로 가득한 숲을 이룬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마치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인 감자탕과 뼈다귀해장국이 이제는 일상이자 가벼운 별식이 된 것처럼, 오래 견디고 볼 일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떤 어려움도 결국에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