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사회에 깊은 슬픔과 함께 자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SNS 추모 공간에 남겨진 “따라가고 싶다”는 한 팬의 글과 그에 이어진 “상담을 받아보면 어떨까요?”와 같은 따뜻한 권유 댓글들은, 벼랑 끝에 선 개인에게 사회적 관심과 적절한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개인적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자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12일 발표한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2024년 인구 10만 명당 28.3명 수준인 자살률을 2034년까지 17.0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는, 단순한 수치 개선을 넘어 생명 존중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자살 시도자뿐만 아니라 유족까지 아우르는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와 함께, 관련 기관 간 유기적인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2025년에는 관련 예산을 708억 원으로 대폭 증액하여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했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알리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용산역에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주관하고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같생 서포터즈’ 학생들이 기획 및 운영한 ‘2025 같이 살자, 같생 서포터즈 박람회’가 열렸다. 이 박람회는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와 SNS 상담 앱 ‘마들랜’을 홍보하는 ‘온정(溫情) 109’ 부스를 비롯해, 퀴즈와 게임 형식으로 자살 사후 대응 서비스 및 심리부검 등 전문적인 개념을 소개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24시간 운영되는 109 상담 전화는 누구나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이며, ‘마들랜’은 언제 어디서든 SNS를 통해 편리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채널로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서는 자살의 원인을 파악하고 유족의 건강한 애도를 돕는 ‘심리부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심리부검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행동 변화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자살 원인을 추정하고, 이를 통해 향후 자살 예방을 위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심리부검 담당자는 심리부검이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라 자살 예방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는 중요한 목적을 지닌다고 밝혔다. 심리부검은 자살자의 가족, 동료, 친구 등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망 전 최소 6개월간의 행적에 대한 보고가 가능한 경우 참여할 수 있다. 면담원 2명과 유족 1명이 참여하는 2~3시간의 면담 방식으로 진행되며,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심리부검 과정에서 유족의 심리 정서 평가와 함께 애도 지원금이 제공되는 등 유족의 아픔을 보듬기 위한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같생 서포터즈’ 학생들은 자살 예방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주변 사람들의 작은 관심과 귀 기울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평소와 다른 행동 변화를 보인다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은, 우리가 주변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아야 함을 시사한다.
단순히 “희망이 있다”거나 “힘내라”는 말로는 해결되지 않는 절박한 외침 속에는 ‘살고 싶다’는 간절함과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가서는 사회적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25 같이 살자, 같생 서포터즈 박람회’와 같은 노력들이 확산되어, 죽음의 원인뿐만 아니라 남겨진 이들의 아픔까지 보듬는 심리부검이 널리 알려지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온전히 닿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모여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