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어머니의 염색을 돕기 위해 염색약을 구매하던 중, 작은 변화를 발견했다. 으레 제품에 담긴 유의사항과 소비기한을 확인하기 위해 패키지를 뒤집어 보던 손길이 멈춘 것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QR코드 때문이었다. 이 작은 코드의 정체는 바로 ‘화장품 e-라벨’이라는 모바일 화장품 정보 제공 사업이었다. 작은 패키지 안에 깨알같이 담겨 있던 화장품의 상세 정보들이 QR코드 속 누리집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는 곧 화장품 구매 시 소비자들이 겪던 ‘작은 글씨’로 인한 정보 확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동안 화장품 매장을 자주 찾으며 특정 회사의 제품 패키지에서 비슷한 마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염색약 제품에서는 처음 보는 듯하여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화장품 e-라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행정안전부가 함께 운영하는 정책으로, 제품의 필수 표기 정보를 디지털 라벨로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더 자세한 내용은 휴대폰 스캔만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포장 면적을 차지하던 작은 글씨를 줄여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제조사에게는 패키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화장품 패키지는 제품명, 제조 번호, 사용기한 등 소비자가 자주 찾는 필수 표기 정보와 보관법, 성분 등 부가 정보를 좁은 면적에 모두 담아야 했기에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화장품 e-라벨’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품명, 영업자 상호, 내용물의 용량, 제조 번호, 사용기한 등 소비자가 자주 찾는 정보는 글자 크기를 확대하여 제공하고, 안전 정보, 사용법 등 분량이 많은 추가 정보는 QR코드 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정보를 효과적으로 압축시킨 것이다.
이 ‘화장품 e-라벨’ 사업은 정부의 혁신적인 시도로, 2024년 3월 1차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2차 시범 사업에 돌입했다. 1차 시범 사업에서 6개사 19개 품목을 대상으로 긍정적인 소비자 피드백을 얻은 후, 2025년부터는 제품군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2차 시범 사업에는 염모제, 탈염 및 탈색용 샴푸 등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제품군이 추가되어 13개사 76개 품목으로 확대되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려워하시던 어머니께서도 e-라벨을 직접 체험하신 후 만족감을 표하셨다. 이용 방식이 간편하고, 좁은 공간에 몰려있던 과다한 정보를 적절히 분산하여 확인할 수 있어 알레르기 성분 등을 꼼꼼히 확인할 때 매우 유용하다는 의견도 덧붙이셨다. 더 나아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음성변환 기능(TTS)까지 도입될 예정이라니, 앞으로는 누구나 더 쉽게 상세 정보를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의 민감성은 늘 존재한다. 혹시 트러블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성분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제품 패키지를 꼼꼼히 살피던 날들이 떠오른다. 주변 친구들 역시 화장품 e-라벨에 대해 이미 편리하게 이용 중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특히 자주 사용하는 제조업체가 시범 대상이라 패키지 뒷면을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는 친구도 있었다. 용기에 적힌 글자가 작아 잘 읽지 않게 되었었는데, e-라벨이라는 간편한 수단 덕분에 더 찾아 읽게 된다는 말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마트에서 직접 확인해 보니, e-라벨 대상 제품은 패키지 뒷면에 “화장품 e-라벨 시범 사업 대상 제품입니다.” 또는 “QR코드 스캔으로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세요.”와 같은 문구로 안내되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이처럼 ‘화장품 e-라벨’은 전자적 정보 제공 방식이기에 유효기간 없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지닌다. 비록 아직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글씨로 인해 정보 가독성을 해치던 기존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소비자의 건강과 편의를 증진하는 새로운 솔루션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