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창설된 헨리 여권지수(Henley Passport Index)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강 여권 상위 10위권에 미국이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때 2014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위용을 자랑했던 미국 여권의 위상이 12위로 떨어진 것은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복합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제 미국 여권은 말레이시아와 공동 12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227개 목적지에 대한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 접근성을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순위 하락은 미국 여권의 힘이 약화되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적 관계, 안보 정책, 그리고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 등 다층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여권 순위의 하락은 그동안 누려왔던 국제적인 신뢰와 편의성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여행객들의 편의성을 직접적으로 저해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국 여권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외교적 역량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전에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의 외교적 관계나 비자 협상에서 미국 여권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우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경 통제 및 안보 강화라는 명분으로 일부 국가들이 미국 국민들에게 적용하는 비자 요건이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것도 순위 하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 여권의 순위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와의 긴밀한 외교적 소통과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한 비자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자국의 편의만을 강조하는 정책보다는, 다른 국가들과의 상호 이익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미국 여권은 다시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권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미국 국민들의 국제적인 이동성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여권 지수의 변화는 국가 간 외교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국제 정치 및 경제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