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곤충이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곤충은 물과 토양 정화, 꽃가루 매개, 먹이사슬의 핵심 역할 등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미래 식량 자원과 산업 소재로서의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곤충들의 삶이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흔들리고 있으며, 이는 결국 인간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7일, 곤충의 날을 맞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최된 기획전 ‘잠자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은 바로 이러한 곤충이 처한 현실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 전시가 개최된 배경에는 곤충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혐오감을 넘어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산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2019년에 제정된 ‘곤충의 날’ 역시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약 4억 년에 이르는 곤충의 오랜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단단한 외골격과 탈바꿈이라는 생존 전략으로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군으로 진화해 온 곤충이었지만, 현재 직면한 기후 변화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특히 기온 상승은 곤충의 서식지를 변화시키고 개체 수 감소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곤충의 변화를 ‘인류를 위한 경고’로 해석한다. 기후 변화 생물지표종 8종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먹그림나비와 푸른큰수리팔랑나비, 무늬박이제비나비,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더 따뜻한 지역을 찾아 서식지를 북상하고 있다. 말매미와 넓적배사마귀는 오히려 기후 변화에 적응하며 서식지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큰그물강도래와 철써기와 같이 기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는 종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미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들에게 기후 변화는 더욱 치명적이다. 조선시대 그림에도 등장할 만큼 흔했던 붉은점모시나비는 먹이식물의 감소로 한반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며, 한국 고유종인 한국꼬마잠자리는 수온 상승으로 유충의 생존율이 급감하여 멸종 위기에 놓였다. 특히 한국 고유종이기에 이들이 한반도에서 사라진다면 전 세계에서도 영원히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처럼 곤충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후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온실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며, 이는 해수 온도 및 해수면 상승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시는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개개인이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며 마무리된다. 대중교통 이용, 다회용품 사용, 대기전력 차단 등은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기후 행동 방안이다.
이번 전시는 곤충의 변화를 통해 기후 변화 위기가 생태계를 넘어 우리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지구의 미래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며, 일상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과천과학관 곤충생태관에서의 기획전 ‘잠자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은 10월 26일까지 이어지며, 특히 초등학생을 포함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