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행정서비스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의 김윤서 주무관은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씨름하거나 정부24에서 ‘세대주 확인’을 하지 못해 발걸음을 옮기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행정서비스 이용의 복잡성과 디지털 격차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업무 시작 전, 김 주무관의 팀장은 챗GPT를 활용하여 마치 사람이 며칠은 고민한 듯 정교하고 섬세한 결과물을 얻어내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인공지능이 업무 시간 단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기술 발전의 놀라움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편리함 이면에 존재하는 어르신들의 어려움은 김 주무관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날 오전, 한 어르신은 발급받아야 할 서류 중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는 행정복지센터 민원 창구에서 발급할 수 없어 무인민원발급기 이용을 안내받았다. 청사 내 무인민원발급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주무관은 당시 바쁜 민원 업무로 인해 직접 안내해 드리지 못했고, 결국 어르신은 발급기 앞에서 오랜 시간 씨름해야 했다. 더구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20분 이상 운전하여 시내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어르신의 난감함을 더했다.
모바일 신분증 발급이 시작된 이후, 모바일 신분증 발급을 희망하는 어르신들이 많았지만, 애플리케이션 설치, 본인 인증, QR코드 촬영 등 발급 절차에 대한 낯섦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발급 과정을 천천히 안내하지만, 실제로 외부에서 익숙하게 사용하실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행정기관 민원 제기나 서비스 요구를 낯설고 어색하게 느끼는 어르신들을 보며, 김 주무관은 그들을 돕기 위한 방안을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읍행정복지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어르신들의 어색한 표정과 담당자를 찾는 걸음걸이는, 마치 디지털 시대라는 트랙 위에서 뒤처져 있는 듯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김 주무관은 급속도로 확산되는 디지털 행정 시대에 공무원은 이 트랙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라톤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주자가 지쳐갈 때 돕는 것처럼, 디지털 세상에서 어르신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 속에서 사람의 온기는 기술이 따라잡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공무원의 역할은 단순히 행정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오늘도 김 주무관은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씨름하고 정부24에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게 조용히 응원의 한마디를 건넨다. ‘나는 이런 걸 못한다’고 말하며 자녀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갈 때, 김 주무관은 그들이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늦지 않다’는 것과 ‘행정서비스를 받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언젠가 스스로 느끼게 되기를 소망한다.
◆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김윤서 주무관은 충주시에서 민원 담당으로 근무하며 겪은 일상을 수필로 담아 등단했다. 공직 업무의 핵심인 민원 업무를 통해 만나는 다양한 일화들이 성장의 밑거름이자 글감이 되고 있으며, 자신이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