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한때 우리 삶의 일부였던 우표의 위상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초등학생 시절, 서랍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6학년 4반 이재우’의 책받침은 30여 년 전, 방학 숙제로 ‘취미 만들기’를 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 ‘우표 수집’은 가장 대중적인 취미로 여겨졌으며, 기념우표 발행일이면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될 정도로 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는 마치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캐릭터 스티커 모으기와 같은 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손 편지가 희소해지고, 자연스레 우표를 접할 기회와 우표 수집가를 찾아보기 어려워지면서, 우표는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다. 이처럼 한때 모두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린 현실은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표의 매력을 재조명하고, 잊혀 가는 취미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표는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 부담이 적으며, 매년 새롭게 발행되는 다양한 디자인의 기념우표는 수집의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국내 우표를 넘어 해외 우표까지 시야를 넓히면 얼마든지 수집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매력을 지닌다. 우표는 크게 우편요금 납부를 주목적으로 하는 ‘보통우표’와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되는 ‘기념우표’로 나뉜다. 기념우표는 발행 기간과 수량이 정해져 있어 보통우표보다 희소성을 가진다.
대한민국 기념우표는 우정사업본부에서 매년 국내외 주요 행사, 인물, 자연, 과학기술,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1년에 약 10~20회 발행한다. 2025년에는 총 21종의 발행이 계획되어 있으며, 지난 5월 8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랑스러운 아기’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각 지방우정청, 우체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지역 특색을 살린 기념우표를 자체적으로 기획·제작하며 우표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년을 기념하여 강원지방우정청과 강원일보사가 협업 발행한 우표첩 ‘찬란한 강원의 어제와 오늘’은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태백우체국의 ‘별빛 가득한 태백 은하수 기념우표’, 양구군의 ‘양구 9경 선정 기념우표’ 등은 지자체를 홍보하는 수단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우표가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린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꾸준히 새로운 우표가 발행되고, 지역의 특색을 살린 기념우표들이 등장하며, 그 가치를 재조명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한때 모두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다시금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취미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 수상의 기쁨을 얻었다. 현재 사라져가는 우편 문화 속에서도 온갖 이야기를 담은 편지와 택배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