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가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긍정적 기운 속에서도 여전히 ‘전례 없는 위기’라는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빈사 상태의 소비를 살리기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라는 단기적 처방이 내려졌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2개월 만에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일부 나오지만, 실물경제의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위기 진단은 과거 미국 경제가 겪었던 상황과 비교되며 더욱 명확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충격 속에서 미국은 2020년 -2.2%라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구조 계획법’을 통해 GDP의 8%에 달하는 1.9조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전례 없는 위기에 대한 전례 없는 대응”을 선언했다. 이러한 과감한 재정 투입은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여, 2021년 2분기부터 소비지출이 완전히 회복되며 장기 추세를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결과 바이든 행정부는 역대 정부 최고 수준인 연평균 3.6%의 성장률을 달성했으며, 높은 성장률은 정부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가계 구제 지원 덕분에 가계 부채 비율도 오히려 감소하는 ‘네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이뤄냈다.
반면, 한국 경제의 상황은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0년 GDP 대비 0.7%에 불과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투입 규모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가계 소비지출 감소분을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 결과 2020년 GDP의 3.9%에 달하는 79조 3394억 원의 소비가 감소했으며, 이후에도 소비지출 감소폭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내수 부진은 가계,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의 급증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하는 결과를 낳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 외적 요인에 의한 강요된 생태계 붕괴였다면, 현재 한국 경제는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로 인한 ‘자발적’ 경제 생태계 붕괴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팬데믹 충격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가 ‘제2 IMF’로 비유될 정도의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인수위 기간에 해당하는 지난 두 달간 보여준 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소비심리지수가 빠르게 회복하며 부정적인 경제 심리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지난해 1분기 GDP 수준에 미달하던 경제 성장률도 올해 2분기에는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2분기 성장률에서 가계 소비가 기여한 부분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적 개선이 실물 경제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가계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소득을 강화해야만 한다. 현재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분기 가계 지출 부족분의 1/3에 불과하며, 연간 부족분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에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 준비를 당부한 것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식음료 및 에너지 등 생활물가 안정은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2020년 대비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3%였으나,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는 27.3% 상승하며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싱가포르와 같이 소득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조사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소비쿠폰은 ‘산소호흡기’와 같은 단기적인 응급처치에 불과하며, 재정 부담으로 지속하기 어렵다. 급한 불을 끄고 난 후에는,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 지급의 제도화가 진정한 민생 회복의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기적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