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 시절, 낯선 한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국을 찾았던 외국 친구들의 이야기는 이제 먼 옛날의 추억이 되었다. 한류 열풍과 K-문화의 확산으로 한국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고 매력적인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국민 개개인이 국가를 알리는 공공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 참여형 외교가 더욱 체계적이고 확장적인 형태로 추진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외교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민 참여형 공공외교 사업을 확대하고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공공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정부 간 외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과 함께,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지속 가능한 외교를 위한 필수 조건임을 방증한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에서 크고 작은 국제 행사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으며,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APEC 회의 개최국으로서 민간 외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외교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7회 공공외교주간’은 국민들이 직접 공공 외교를 체험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 외교’는 정부 간의 딱딱한 외교와는 달리, 문화와 예술, 그리고 국민 간의 교류를 통해 상호 신뢰와 호감을 쌓아가는 외교를 의미한다. 매년 가을, 우리나라는 이처럼 국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공 외교 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7회를 맞은 ‘공공외교주간’은 9월 8일부터 27일까지 KF 글로벌 센터와 각국 대사관, 서울광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워크숍, 포럼, 전시,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의 공공 외교 현장과 문화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제 사회의 협력을 강화하는 튼튼한 기반이 되는 호감과 신뢰를 쌓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제7회 공공외교주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콜롬비아와의 특별한 만남이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22일, 필자는 딸과 함께 ‘콜롬비아 스페셜티 커피의 놀라운 세계’라는 워크숍에 참여했다. 성인이 되어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딸에게는 콜롬비아 현지 전문가에게 직접 커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워크숍은 콜롬비아 전통 모자를 쓰고 진행되었으며, 알레한드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는 커피의 역사와 콜롬비아 커피의 중요성, 그리고 커피 여행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콜롬비아가 3개의 산맥과 화산재 토양 덕분에 연중 커피 재배가 가능하며, 손으로 수확한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여 부드러운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또한, 콜롬비아에서는 ‘파넬라’라는 전통 설탕을 넣어 커피를 즐긴다는 이야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어진 커피 전문가 강병문 씨의 시연은 커피 제조 과정을 보다 쉽게 이해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콜롬비아의 지리적 특성상 습도가 높아 발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워시드’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는 설명은 흥미로웠다. 참가자들은 두 종류의 콜롬비아 커피를 시음하며 각기 다른 향과 맛을 음미했다. 딸과 나는 어떤 커피가 더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주변 참가자들 역시 자신만의 취향을 이야기하며 같은 커피라도 사람마다 다른 선호도를 보인다는 점에 대해 흥미로워했다.
콜롬비아 대사는 커피 외에도 한국과의 깊은 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6·25 전쟁 당시 파병으로 한국을 도왔던 나라임을 상기시켰다. 또한, 한국과 콜롬비아 간의 무비자 협정을 통해 양국 국민들이 서로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워크숍 말미에 함께 콜롬비아 전통 모자를 쓰고 찍은 단체 사진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지리적 거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공공외교주간’은 단순히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를 넘어, 국민 각자가 공공 외교의 주체로서 국가와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이 공공 외교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지지와 참여 없이는 지속 가능한 외교는 불가능하며, 국민들의 바람과 의견이 담긴 외교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끈끈하고 강력한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7회 공공외교주간’은 27일까지 계속되며, 필자는 26일에 열리는 스페인 행사에 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