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대만 여행 중 친구로부터 영수증이 복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는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대만에서는 결제 후 영수증에 인쇄된 고유 번호로 2개월마다 추첨을 통해 약 4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대만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탈세 방지와 소비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었다. 영수증을 챙기는 단순한 행위가 복권 참여로 이어지는 방식은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경제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제도가 도입된다면 어떨지 상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영수증 자체가 복권이 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보다 발전되고 의미 있는 ‘상생소비복권’과 같은 정책이 국민들의 소비를 촉진하고 민생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연이어 내놓고 있는 다양한 소비 진작 정책들을 국민들이 명확히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소비 진작 정책 중 하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다. 이 정책은 지난 7월부터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1차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 사업으로 추진되었으며, 오는 9월 말에는 2차 신청이 예정되어 있다. 2차 지원 대상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전 국민이며, 1인당 10만 원의 소비쿠폰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9월부터는 ‘상생페이백’ 제도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본인 명의의 국내 신용·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작년(2024년) 대비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의 소비 증가분에 대해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9월 15일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했으며, 2025년 11월 30일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된 ‘상생소비복권’은 바로 이 ‘상생페이백’과 연계된 소비 진작 정책이다. 상생페이백을 신청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상생소비복권 이벤트에 응모되는 방식이다. 소비복권은 8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의 누적 결제액을 기준으로, 5만 원당 1장의 쿠폰이 지급되며, 1인당 최대 10장까지 응모할 수 있다. 정부는 총 2,025명을 추첨하여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10억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1등 10명에게 각 2천만 원, 2등 50명에게 200만 원, 3등 600명에게 100만 원, 4등 1,365명에게 10만 원이 지급된다. 다만, 1등 당첨의 경우 비수도권 지역에서 5만 원 이상의 소비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수도권에서만 소비한 경우에는 2등부터 4등까지의 당첨 기회만 주어진다.
이러한 상생소비복권에는 사용처 제한도 존재한다. 내수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대형마트, 백화점, 유흥업소, 온라인 거래,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에서 발생한 소비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는 정책의 본래 취지를 살려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복학한 동생과 함께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학교 근처 마트와 전통시장을 찾았을 때, 어차피 해야 할 소비라면 이러한 정책적 혜택을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동네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근처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미 상생소비복권 응모 조건인 5만 원을 훌쩍 넘길 수 있었다. 전통시장에서 과일을 구매하며 상인에게 최근 소비 분위기를 묻자, 쿠폰 지급 초기에는 손님이 늘어난 듯했으나 월말 정산 시 큰 차이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9월부터 시행되는 상생페이백과 상생소비복권 정책을 통해 추석을 전후로 경기가 살아나기를 바란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짧은 기간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이러한 정책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오는 9월 시작되는 2차 소비쿠폰과 함께 상생페이백, 상생소비복권이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풍성한 한가위를 바라는 마음처럼, 올 가을에는 국민들의 마음과 대한민국 경제 모두가 한층 더 풍성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