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개발도상국 시절, 도시의 팽창과 사람들의 삶 속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되고 일상의 별식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1970~80년대 수도권의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 처리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또한, 당시 가난과 허기를 이겨내기 위해 탄생했던 음식들이 오늘날에는 일상의 별식이 되기까지의 과정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부천시는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혐오 시설을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과감한 시도를 했고, 이는 도시 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배경에서 부천시는 과거 쓰레기 처리 시설이었던 부천아트벙커B39를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다. 1992년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함께 삼정동에 설치된 쓰레기 소각장은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가동되었으나, 1997년 기준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 문제로 떠올랐다.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지속적인 폐쇄 운동 끝에 2010년 대장동 소각장으로 기능이 이전되면서 삼정동 소각장은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거대한 소각로는 이제 하늘과 채광을 가득 끌어들이는 ‘에어갤러리(AIR GALLERY)’로 변모했으며,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BANKER)’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된 핵심 공간이자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쓰레기 수거 트럭이 쓰레기를 쏟아내던 쓰레기 반입실은 현재 멀티미디어홀(MMH)로 사용되며,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 기존 설비 공간들은 아카이빙실, 전시 공간 등으로 리모델링되어 과거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한편,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으로서 뼈다귀해장국은 우리의 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천 미군 부대에서 유래한 돼지 뼈다귀를 활용하여 탄생한 뼈다귀해장국은 값싸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88년 부천시 원미동에서 창업한 한 식당의 뼈다귀해장국은 맑고 깨끗하며 가벼운 국물 맛으로, 외국인들에게도 K-푸드의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과거 개발 과정에서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했던 노력과,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탄생한 음식들이 이제는 일상의 별식이자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오래 견디고 볼 일’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쓰레기 처리장이 예술 공간으로, 그리고 가난의 상징이었던 음식이 별식으로 변모하는 것은 과거의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성공적인 도시 및 문화 재생의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