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직면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를 넘어, 지역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이러한 위기를 기회 삼아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전국 지방 중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 절반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경상북도 의성군처럼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50%에 육박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통폐합이 불가피한 지역들의 현실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인구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곧 지역의 일자리 축소, 청년 유출, 그리고 출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고착화시키며, 더 이상 지역 소멸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시사한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 서울과 인천 역시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현실적인 양육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 출생률 증가율 1위를 기록한 인천시의 양육 정책을 살펴보면, 단순히 출산 지원금을 늘리는 것을 넘어 시민들이 체감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천시는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 첫째 아이부터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 및 ‘천사지원금’ 제공,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실질적인 혜택을 통해 시민 만족도를 높였다. 또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지원정책을 체계화하고, 공공어린이집 비율 확대, 부모 교육 및 심리 지원 확대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부모들의 양육 불안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서울시는 출산지원금, 아이돌봄 서비스,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다양한 방면으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주거 비용과 육아 시설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 출산 의향이 68.5%로 전년 대비 12% 상승했으나, 정책이 분산되어 작동하며 육아가 고립되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을 해결할 대안 부족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이처럼 저출생 문제 극복에 실효성이 높았던 육아 정책들의 공통점은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에 있다. 아산시의 ‘100원 택시-산모 전용’, 인천시의 ‘가족친화 인증제’,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 등은 소규모 예산으로도 큰 호응을 얻으며 중소도시들이 참고할 만한 좋은 정책 모델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아빠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등은 단기적인 출산율 개선뿐 아니라 양육의 지속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제도적 연속성 확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출산-육아 정책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통합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사용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기업 인증 및 조직문화 변화, 정책 사용 인센티브 도입이 시급하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시민 인식 전환을 통해 출산이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단지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다.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여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공공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있는 곳이며, 부모가 행복한 도시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와 부모를 지지하고 인정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곳이다. 아이 낳고 살고 싶은 도시는 출산 결심부터 양육 전 과정을 함께하는 행정과 미래가 있는 도시이며,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 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받는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저출생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저출생은 분명 우리 사회의 위기이지만, 이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의 재설계를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 회복에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결코 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숫자가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꿈꾸는 미래일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