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민주주의 회복에 힘입어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며 ‘전례 없는 위기’라는 평가 속에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소비를 되살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발표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빈사 상태에 놓인 소비를 살리기 위한 단기적 해법으로 제시되었으나, 그 효과와 한계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요구된다.
이러한 정책 발표의 배경에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경제 전염병’이 확산하며 경제주체들은 자신감을 잃었고, 경제심리 추락과 실질소득 하락으로 경제생태계가 ‘자발적’으로 붕괴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외부 충격으로 경제생태계가 붕괴되었던 과거 상황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미국보다 앞섰던 한국의 성장률은 충격 이후 미국에 뒤처졌으며, 정부채무는 2019년 말 GDP 대비 35.4%에서 2023년 말 46.9%로 증가했다. 또한 가계부채 역시 2019년 말 89.6%에서 2023년 9월 99.2%까지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고통을 가계에 떠넘긴 결과, 내수 침체, 성장 둔화, 가계 및 정부 재정 악화 등 ‘전례 없는’ 4중고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출범한 현 정부는 민생 회복과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수위 기간 없이 출발한 지난 두 달간의 위기관리 능력에 시장은 합격점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34개월간 지속된 부정적 경제심리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지난해 1분기 GDP 수준을 밑돌았던 경제 성장률이 올해 2분기에는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가계 소비가 2분기 성장률 0.6% 중 0.2% 포인트를 견인하며, 이전 1년(4분기) 동안 -0.2% 포인트에 머물렀던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0.3% 포인트로 급반등한 점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주식시장이 빠르게 반응한 것 역시 이러한 민주주의 회복과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의 결과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심리 개선을 넘어 실물 경제의 확실한 전환을 위해서는 가계에 대한 구제 및 지원을 통해 가계 소득을 강화해야 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불리는 ‘민생지원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단기 대책, 즉 ‘산소호흡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2.1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분기 가계지출 부족분 36조 4099억 원에 비하면 1/3 규모에 불과하며, 연간 가계소비 부족분 145조 6395억 원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에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 준비를 당부한 배경이기도 하다.
더불어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를 위해 식음료, 에너지 등 생활물가 안정은 필수적이다. 2020년 대비 지난달(6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3%였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는 27.3%나 상승하여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소득에 훨씬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 정부가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러한 물가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쿠폰이 재정 부담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급한 불을 끄고 난 후에는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소득(임금) 지급의 제도화가 민생 회복의 충분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