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문화도시 사업이 지역의 정체성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구체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문화 행사를 많이 개최하는 것을 넘어,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해 도시의 매력을 발굴하고 시민 주도의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문화도시’의 핵심 목표다. 최근 개최된 2025 문화도시 박람회는 이러한 문화도시의 다양한 노력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이었으며, 특히 제4차 문화도시로 선정된 대구 달성군과 경북 칠곡군의 사례는 지역의 문화적 잠재력을 재인식하게 했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칠곡군은 그동안 ‘대구’와 ‘칠곡’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뚜렷한 지역적 이미지를 형성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동성로나 수성못, 양떼목장 등 일부 명소 외에는 이렇다 할 문화적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할 것이 없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은 가까운 부산이나 서울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으며, 지역 고유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또한, 제4차 문화도시로 선정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문화도시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인지도 또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달성군과 칠곡군은 지역의 특색을 살린 다각적인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대구 달성군은 문화활동가 양성, 달성문화교실, 문화달성미래포럼, 청년축제 ‘위터스플래쉬’ 등 세대별 맞춤 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들락날락 매거진’과 같은 홍보 자료는 타 지역보다 다양한 소재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구 청년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보여준다. 또한,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포춘쿠키 이벤트와 같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실속 있는 이벤트는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경북 칠곡군은 인문학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사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칠곡로컬팜투어, 우리동네 문화카페, 주민기획 프로그램, 칠곡인문학마을축제 등은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인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될 ‘칠곡 문화거리 페스타’는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지역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 이처럼 칠곡군은 인문학적 자원을 활용하여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문화도시 사업의 의미와 발전 방향을 더 깊이 있게 알아보기 위한 포럼 역시 박람회의 중요한 축을 이루었다. <문화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에서는 밀양, 속초 등 여러 지역의 문화도시 관계자들이 현장 경험을 공유했다. 포럼을 통해 밀양은 대학 거점을 활용한 문화도시 마을 개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각 지역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공통의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구 역시 청년 유출이 심각한 지역으로서, ‘오래 살기 좋은 도시’, ‘발전하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문화도시 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처럼 문화도시는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이 될 뿐만 아니라, 외부 방문객에게도 매력적인 도시로 인식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달성군과 칠곡군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도시 사업은 지역 소멸 위기라는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도시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는 지역 문화의 꽃을 피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2025 문화도시 박람회에서 보여준 달성군과 칠곡군의 노력은 앞으로 다가올 2026 문화도시 박람회에서도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