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는 BTS를 넘어 블랙핑크, 세븐틴, NCT 등 다양한 K팝 그룹들이 빌보드 기록을 경신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스트레이 키즈는 7개 앨범 연속 빌보드 Top 200 1위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K팝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은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라는 성과로 이어지며 한국 관광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거리에서 직접 한국 문화를 경험하며 한류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잠재해 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내부에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존재하는 인종주의적 감수성과 차별적 표현들에 대한 민감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한국 미디어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 재현이나, 아이돌 문화 속 젠더 표현, K-뷰티의 미백 중심주의 등은 글로벌 팬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명동, 광화문 등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과격한 혐오 시위 영상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면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 사회의 이면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이는 한류를 통해 한국을 긍정적으로 경험하고자 했던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한류 현상 연구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지점은, 한류 소비자들이 콘텐츠뿐만 아니라 그 콘텐츠를 생산해 낸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서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픽션물들은 압축 성장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며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이는 선진국 시청자들에게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에게는 한국이 겪어온 식민 경험, 전쟁, 분단, 독재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로서 극복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들이 한국에서 찾고자 하는 새로운 가치는 돌봄, 연대, 공동체선 추구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으며, 이는 한류가 만들어내는 매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가치들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차별적 요소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오징어 게임> 속 파키스탄 참가자나 <청년경찰> 속 연변 범죄자 집단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재현은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직결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이나 드라마 속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논쟁은 현실 속 미투 운동, 퀴어 퍼레이드 논란과 맞닿아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거리에서 마주치는 혐오 시위는 미디어를 통해 한류를 접한 이들이 한국의 차별적 현실과 극명하게 대면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은 한류를 ‘밑에서부터의 세계화’라 정의하며,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으로서 선한 영향력, 배려, 연대, 돌봄, 겸손의 태도, 공동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한다. K팝 그룹과 팬들의 관계, 그리고 콘텐츠 속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러한 맥락과 상통한다. 한류는 일세계가 아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만들어낸 비주류의 아름다움이며, 따라서 차별과 배제의 담론이 한류의 최대 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한류의 미래는 시장 축소보다는 우리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때 진정한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