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전에 없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지만, 이러한 눈부신 성과 뒤편에는 한국 사회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 바로 ‘차별’이 한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류는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과 같은 기존의 상징적인 성공을 넘어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케이팝 분야에서는 블랙핑크, 세븐틴, NCT 등이 BTS의 앨범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스트레이 키즈는 최근
한류의 이러한 확산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한국 관광 산업의 새로운 기록이 될 것이다. 비록 연간 3000만~4000만 명을 기록하는 일본과 중국, 2024년 1억 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한 프랑스에 비하면 아직 세계 최고의 관광 대국이라 불리기에는 이르지만, 한류의 강세는 한국 관광의 밝은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관광객 증가는 단순히 숫자를 넘어, 한국을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하는 것을 넘어 거리에서 직접 경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한류 인터페이스가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 거리에서 벌어지는 과격한 시위와 차별적인 목소리들이 해외에 생중계되면서 한류를 소비하는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은 명동, 광화문, 건대 등 도심에서 발생하는 혐중 시위와 같은 모습들을 목격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 미디어 콘텐츠가 글로벌 대중문화로서 광범위하게 소통되면서, 콘텐츠 내부에서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표출되는 인종주의적 감수성이나 차별적인 표현에 대해 세계의 한류 애호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케이팝 팬덤 내부에서는 이미 새로운 남성성과 여성성을 포함한 젠더 표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는 기존의 지배적인 남성성에 대한 대안으로 부드러운 남성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아이돌 문화는 세계 청년들이 보다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또한, 케이뷰티에서 나타나는 미백 중심의 문화는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케이팝은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낸 공간에서 성정체성과 피부색으로 표현되는 인종의 문제가 교차되며 올바름의 경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소란스럽지만 건강한 과정 속에 있다.
한류 현상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한류 소비자들은 한류 콘텐츠뿐만 아니라 그것을 생산해 낸 한국 사회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드러나는 한국의 픽션물들은 선진국 시청자들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주며,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식민 경험, 전쟁, 분단 등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한국을 극복의 모델로 삼게 한다. 이들이 찾는 새로운 가치는 돌봄, 연대,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 다양한 차원에서 담론화될 수 있으며,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이다. 한류가 만들어낸 매력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미스터리하면서도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한류 현상을 분석하고 담론화하는 과정에는 항상 위태로움이 동반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 내부에 깊이 자리한 인종주의와 성차별이다. <오징어 게임>에 나타나는 외국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재현이나 <청년경찰> 속 연변 범죄자 집단 묘사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연결된다. 또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 드라마 속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토론은 현실 속 미투 운동과 퀴어 퍼레이드 논란으로 이어진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거리에서 마주하는 과격한 시위는 미디어 문화를 통해 한류를 접한 이들이 한국의 차별적인 현실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필자가 여러 기회를 통해 강조해왔듯이, 한류는 ‘밑으로부터의 세계화’다. 엘리트 중재자들이 주도한 문화가 아니라,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이다. 따라서 더욱 선한 영향력, 배려와 연대의 태도, 돌봄과 겸손의 제스처, 그리고 크고 작은 공동체의 가치가 중시된다. 케이팝 그룹과 팬덤의 관계, <케데헌>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러한 맥락과 상동형이다. 한류는 일개 국가가 아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만들어낸 비주류의 아름다움이며, 따라서 차별과 배제의 담론은 최대의 적이 된다.
한류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대해, 혹자가 우려하는 시장의 축소보다는 우리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패배할 때 한류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할 수 있다. 한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은 한류 연구자로서 팬덤 온라인 참여 관찰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 방법을 사용해왔으며, 스스로를 세상 속 의미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로 이해하고 있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