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20년의 핵심 동력으로 AI와 지속가능성이 지목되는 가운데, 정부가 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발표와 막대한 예산 투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산업 전반의 AI 전환(AX)은 성공 사례 구축과 현장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약 728조 원 규모로 편성했으며, 이 중 AI 3강 진입을 위해 올해보다 3배 증가한 10조 1000억 원을 투입한다. 특히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은 1조 1000억 원 규모로,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온 디바이스 AI 개발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정책은 대한민국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기조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막연한 목표 설정보다는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이상 구축이라는 목표에만 집착하기보다, 규모와 제조업 종류에 따른 참조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성공 사례로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 제너럴 일렉트릭(GE)이 프레딕스 플랫폼 구축에 실패했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상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술 중심의 접근 방식은 현장에서 외면받기 쉽다.
특히 새롭게 부상하는 피지컬 AI 분야는 데이터의 성격 자체가 기존 AI와 다르다는 점에서 큰 도전 과제다. 인과 관계, 추론 메타데이터, 다양한 맥락과 비정형적 상황 데이터, 시공간적 일관성, 멀티모달 통합, 상호작용 및 에이전트 행동 데이터 등 복합적인 데이터 구성이 필수적이다. 국내에서 진행된 디지털 트윈 과제의 경쟁력을 냉철하게 재평가하고,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나 코스모스와 같은 선진 기술 도입 또는 자체 개발 여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 인프라로서 산단의 특성을 활용한 AI 고도화 과업을 명확히 정의하고,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모델과 같은 복합적 솔루션 검토도 병행해야 한다. 산업 AX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특화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과 AI 전문기업 간의 라운드테이블 운영, 모범 사례 공유, 산업 AI 허브 구축을 통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산업 AX는 어느 나라도 아직 완벽하게 궤도에 오르지 못한 영역이며, 각국의 제조 현장과 문화, 업무 방식이 다르기에 단일 모델이나 방법론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팔란티어와 같이 솔루션 제공을 넘어 현장 엔지니어들이 고객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이 성공의 열쇠다. 이는 AI 엔지니어들이 현장 전문가와 협력하여 과제를 해결하는 접근법과 맥을 같이 한다. 두 문화 간의 간극을 좁히고 원활한 소통을 돕는 것이 국가 과제 성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산업 AX는 국가 경쟁력 기반을 다시 세우는 중요한 과제인 만큼, 반드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며 끊임없는 피드백과 평가, 그리고 민첩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적 기민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현장의 유기적인 협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AI 전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80년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와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챌린지 기획, AI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