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심각한 청년 일자리 감소와 고령층 일자리 증가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발표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며, 청년 고용률의 16개월 연속 하락과 ‘쉬었음’ 청년의 40만 명대 지속이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드러냈다. 단순히 젊은 세대의 나약함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 현상은, 열악한 근로 환경과 낮은 급여,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부족한 일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동력의 이탈로 해석된다. 이는 곧 우리 사회가 기본적인 ‘상식적’ 일자리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고용 통계의 숫자를 넘어, 일거리를 창출하는 산업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 요구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이었던 제조업의 일자리 비중이 지난 1991년 약 27%에서 올해 15%로 급감한 현상은 ‘압축적 탈공업화’의 진행을 보여준다. 문제는 한국 제조업이 자체적인 고부가가치 사업 서비스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자기완결성 결여’ 상태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의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곧 소득 불평등 심화와 자영업자의 고령화라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기술 혁명, 특히 인터넷 및 IT 혁명을 거쳐 데이터 혁명, 그리고 현재의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대응은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있어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AI 3대 강국’을 향한 야심 찬 선언은, 과거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산업화 경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과거 미국이 만든 산업 생태계의 일부를 떠맡는 ‘식민지형 산업화’와는 달리,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자기완결형, 선진국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는 이러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필수적인 ‘인재’ 양성에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미국이나 중국 등과 달리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의 인프라가 취약할 뿐만 아니라, 획일주의와 줄세우기, 극한 경쟁을 통해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즉, 돌파구를 찾고 협력을 통해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AI 기반 산업체계의 대전환에서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I 모델을 활용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주역은 결국 인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을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시한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 및 ‘쉬었음’ 청년 대상 생활비 지원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실패한 산업 정책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이나 기득권과의 ‘결별’이 선행되어야 한다. ‘AI 전사’ 양성은 획일주의와 극한 경쟁으로 특징지어지는 현 교육 시스템과는 양립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AI 전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 결별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경제적 여유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정기적 사회 소득의 제도화는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과감한 정책 변화와 ‘결별’을 통해 비로소 한국 경제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진짜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