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곤충이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생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곤충은 물과 토양을 정화하고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며, 먹이사슬의 핵심 고리로서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미래 식량 자원과 산업 소재로서도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곤충들은 급격한 기후 변화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그들의 터전을 잃어가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곤충의 변화는 단순히 생태계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미래를 경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곤충이 지닌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며, 곤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고자 9월 7일, ‘곤충의 날’을 기념하는 기획전이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2019년에 제정된 곤충의 날을 맞아, 국립과천과학관은 9월 2일부터 10월 26일까지 곤충생태관에서 ‘잠자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특별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약 4억 년에 걸친 곤충의 역사를 소개하며, 단단한 외골격과 놀라운 변태 과정을 통해 환경 변화에 적응해 온 곤충의 생존 전략을 조명한다.
하지만 뛰어난 적응력을 자랑하는 곤충이라 할지라도 기후변화 앞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서식지를 잃거나 이동하며 개체 수가 급감하는 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이러한 곤충의 변화를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8종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먹그림나비, 푸른큰수리팔랑나비, 무늬박이제비나비,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더 따뜻한 기후를 찾아 북쪽으로 서식지를 옮겼다. 반면, 말매미와 넓적배사마귀는 기후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오히려 서식지를 확장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큰그물강도래와 철써기와 같은 종은 기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미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들에게 닥친 기후변화의 여파다. 조선 시대 그림에도 등장할 만큼 흔했던 붉은점모시나비는 먹이 식물이 줄어들면서 한반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 고유종인 한국꼬마잠자리는 수온 상승으로 유충의 생존율이 감소하면서 멸종 위기에 놓였는데, 한국에서 사라지면 전 세계에서도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이러한 곤충의 생존 위기는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처럼 곤충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온실가스 배출이다.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며, 이는 해수 온도와 해수면 상승으로까지 이어져 인류의 삶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여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곤충을 통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탄소중립 실천이 절실하다. 전시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한 후 지구를 위한 다짐을 작성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대중교통 이용, 다회용품 사용, 대기전력 차단 등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후 행동 방안을 제시하며 전시는 마무리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곤충의 변화가 생태계를 넘어 인간의 미래에까지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지구의 미래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일상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전시는 10월 26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