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정부24에서 ‘세대주 확인’과 같은 기본적인 행정 절차를 수행하지 못해 행정복지센터를 급히 방문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보이지 않는 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모든 사람이 이 변화를 동등하게 따라가지 못하면서 행정 서비스 접근성에 심각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업무 시간 단축과 효율성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챗GPT와 같은 AI 도구는 복잡한 문서를 작성하거나 정교한 정보 처리를 가능하게 하여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 공무원은 챗GPT를 활용하여 며칠이 걸릴 법한 결과물을 단시간에 얻는 경험을 하며 기술 발전의 놀라움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은 민원 처리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실 민원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 민원인들은 무인민원발급기 사용법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모바일 신분증 발급 절차를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은 보급되었지만, 애플리케이션 설치, 본인 인증, QR코드 촬영 등 복잡한 과정은 이들에게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어색한 경험이 되고 있으며,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의 역할은 단순한 행정 처리자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뒤처지는 시민들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급속도로 확산되는 디지털 행정 환경 속에서 어르신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공무원들은 이들과 함께 걸어가며 친절하게 안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천천히 가도 늦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행정 서비스 이용이 복잡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진정한 의미의 행정 서비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