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귀신이 나올지 두려운 원도심과 홀로 남겨진 듯한 혁신도시의 풍경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생태계 부재’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세상 돌아가는 대부분의 일은 고유한 생태계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이러한 생태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정책들은 결국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가짜 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단순히 도시 계획이나 산업 정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 없는 정책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된 혁신도시 건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혁신도시를 건설했지만, 젊은 부부들이 동반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여 배우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혁신도시로의 이주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지방 도시들이 인구 증가 없이 무분별하게 신도심을 개발하면서 기존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이는 결국 도시 전체의 활력을 잃게 만드는 ‘유령 도시’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청년들이 서울로 몰리는 현상 역시 이러한 생태계 부재와 깊은 연관이 있다. 수도권과의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교통망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이동과 교류가 어려운 지역의 경우, 청년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수도권으로 향하게 된다.
산업 현장에서도 생태계 부재의 심각성은 단적으로 드러난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팹리스, 디자인 스튜디오, IP 기업, 파운드리, 패키징 및 후공정 등 다양한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비해 파운드리 경쟁에서 뒤처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 생태계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IP 파트너 숫자가 현저히 적거나 패키징 기술이 뒤처지는 등, 삼성전자는 경쟁사의 방대한 생태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생태계 전쟁’으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처럼 생태계 부재는 지역의 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만약 과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략가였던 제임스 카빌에게 현재의 상황에 대해 묻는다면, 그는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고 답했을 것이다. 결국, ‘종 다양성’,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 그리고 ‘개방성과 연결성’이라는 생태계의 세 가지 필수 조건을 이해하고 정책과 산업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을 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