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다양한 축제 속에서 국립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이하 ‘세계 음악극 축제’)가 특별한 행보를 시작했다. 올해 제1회로 개최되는 이 축제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을 중심으로 동시대 음악극의 흐름과 현재를 조망하며, 나아가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담고 있다.
이번 축제가 개최된 배경에는 한국 창극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적인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되 여러 배우가 각자의 배역을 맡아 연극적인 형태로 공연하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으로, 1900년대 초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발전해왔다. ‘세계 음악극 축제’는 이러한 창극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더 나아가 동아시아 국가들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까지 아우르며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이 축제의 핵심적인 솔루션은 바로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 총 9편을 소개하는 것이다. 4주간의 축제 기간 동안 해외 초청작 3편, 국내 초청작 2편, 그리고 국립극장 제작 공연 4편 등 총 9개 작품이 23회에 걸쳐 무대에 오른다. 특히 개막작으로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은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큰 호평을 받았다. 연출가 요나 김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심청을 억압받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내며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살리면서도 오늘의 시선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더불어 이번 축제는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홍콩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월극 작품 <죽림애전기>를 관람하며 문화관광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인터뷰를 통해 <세계 음악극 축제>가 한국 문화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행사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의 세계화된 시각과 문화 수출 의식을 높이 평가하며, 특히 한중 문화 교류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조선 말 여성의 삶을 판소리와 민요로 풀어낸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 역시 여성 영웅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이번 ‘세계 음악극 축제’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될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국립극장은 향후 더 다양한 해외 작품을 초청하고 국공립 및 민간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 다채로운 음악극 형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또한, 예매 관객들에게 ‘부루마블’ 판을 제공하고 관람 횟수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주는 등 관객 참여형 이벤트도 마련하여 축제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올해 제1회를 맞이한 ‘세계 음악극 축제’는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는 국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