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바깥 아빠’, ‘바깥 남편’으로 불리던 아버지들이 이제는 가족의 일원으로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넘어, 육아 문화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빠들이 아이에게 어떻게 놀아주고 교육해야 가장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고 있다. 이러한 아빠들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아빠 육아 커뮤니티인 ‘100인의 아빠단’이 15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선정되지 못한 아빠들의 속상한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아쉽게 선정되지 못해 너무 속상합니다.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것입니다.” 이는 보건복지부 위탁으로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하는 ‘100인의 아빠단’에 선정되지 못한 아빠들의 흔한 하소연이다.
2025년 5월 15기 ‘100인의 아빠단’이 전국적으로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한 ‘100인의 아빠단’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온오프라인 아빠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했다. 이 커뮤니티는 오프라인에서는 공동체 육아를 통해 아버지들이 겪는 고민을 함께 나누며 ‘함께 육아’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100인의 아빠단’ 육아 커뮤니티를 통해 놀이, 교육, 건강, 일상, 관계 분야의 멘토들이 매주 과제를 제시하며, 아이들과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아빠 육아 문화를 선도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100인의 아빠단’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라는 사업 목표 아래 ‘함께 육아’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전국에서 육아에 관심 있는 초보 아빠 100명이 모여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발대식을 갖고 시작되었다. 당시 1기 활동은 ‘마더 하세요(마음을 더하세요)’ 캠페인을 중심으로 마더 배우미, 마더 나누미, 마더 알리미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마더 배우미는 가사, 육아, 놀이, 요리, 건강과 관련된 육아 비법을 연예인 스타 멘토로부터 전수받았고, 마더 나누미는 다 함께 즐거운 가정을 알리는 아빠 리포터로 활동했다. 마지막으로 마더 알리미는 유쾌한 가정의 소소한 일상을 누리소통망(SNS)에 공유하는 활동을 펼쳤다. 당시에는 육아에 참여하기 어려운 아버지를 ‘바깥 아빠’, ‘바깥 남편’으로 표현했을 정도로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낯설었던 시기였다.
15년이 지난 지금, 1기 아버지들의 용기 있는 참여 덕분에 아빠 육아 문화의 변화는 이제 필수가 되었다. 당시 아빠의 사랑을 처음으로 온전히 받으며 성장했을 아이들이 15년이 지난 지금 성인이 되었을 것이며, 아빠 육아의 긍정적인 효과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했을지 매우 궁금해진다.
이후 ‘100인의 아빠단’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2019년부터 전국 100명이라는 제한을 넘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와 인구보건복지협회 지역별 지회와 연계하여 서울부터 제주까지 17개 시도에서 각 100명씩, 총 1700명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지자체별 ‘아빠단’ 1기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멘토진 역시 더욱 다양해졌다. 실제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100인의 아빠단’ 우수 아버지들이 멘토로 합류하면서 양육을 고민하는 아버지들의 공감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활동성을 높였다. 2024년부터는 육아 전문가 멘토 5명이 합류하여 커뮤니티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했다.
2025년 ‘100인의 아빠단’ 활동은 멘토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시작되었다. 지난 4월 23일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멘토들의 오리엔테이션(OT)과 온라인 발대식이 이루어졌다. 특히 14기까지 이어오면서 보건복지부 사업 특성상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00인 아빠단’ 활동이 어려워 매년 아빠들이 아쉬움을 표했는데, 올해부터는 활동 가능 연령이 초등학교 2학년(만 8세)까지 확장되면서 아빠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이처럼 아빠들이 함께하는 육아 활동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 따르면, 2019년 17개 지자체로 처음 확대되었을 당시 1700명 모집에 1574명이 선발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5년이 지난 2024년에는 총 2023명이 선발되어 모집 인원을 훌쩍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는 더 많은 아빠가 선발되어 아빠 육아의 혜택을 받고 육아 문화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이는 대도시 지역의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는 올해 ‘100인의 아빠단’ 대구 지역 신청자가 140명에 달하며 작년보다 아빠들의 활동이 더욱 왕성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지회의 경우 100명 모집에 257명이 신청하며 2.5: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이에 힘입어 기존보다 많은 190명의 아버지를 선정했다. 결국 67명의 아빠는 아쉽게 선정되지 못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아빠 육아 참여의 긍정적인 효과는 2023년 보건복지부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 0~5세 아동의 발달 수준을 분석한 결과, 아버지가 양육에 참여할수록 아이들의 인지, 언어, 사회성 등 발달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아버지들은 내 아이의 발달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당연히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단, 어떻게 놀아주고 교육해야 아이들에게 더 좋은 효과가 있을지 고민하는 아빠라면 전문가와 육아 달인 선배 아빠들이 함께하는 국가 인정 아빠 육아 커뮤니티인 ‘100인의 아빠단’을 적극 추천한다.
지난 4월 30일부터 첫 놀이 과제가 시작되었으며, 비록 선발되지 못했더라도 누구나 과제에 참여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아빠들과 네트워킹을 이루며 ‘아빠들의 세상’에 함께해보는 것을 권한다. 현 시대 아버지의 육아 참여는 대한민국에서 당당한 아빠들이 가족을 위해 펼치는 노력인 동시에, 당연한 권리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김기탁 소장은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통해 세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했으며, 아빠 육아와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