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할인 혜택이 오히려 입점업체의 수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제동을 걸었다. 쿠팡이츠가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중개 및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약관 조항이 약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 60일 이내 삭제 또는 수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중소벤처기업부와의 협업을 통해 배달앱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자들의 입점업체 이용 약관을 점검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불공정한 계약 관행 개선에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기존 쿠팡이츠의 약관은 소비자가 실제로 결제한 금액이 아닌 ‘할인 전 판매가’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입점업체가 자체적으로 쿠폰 발행이나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할 경우, 할인된 금액만큼의 손실을 보면서도 실제 발생하지 않은 매출인 할인액에 대해서까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를 야기했다. 공정위는 중개 서비스의 대가는 거래가 실제로 중개된 금액을 기준으로, 결제 수수료는 실제 결제된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거래의 실질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입점업체가 가격 할인을 적용했을 경우,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한 할인 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가격 인하든 할인 행사든 경제적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부과 기준 금액이 달라지는 것은 서로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부당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공정위의 권고는 쿠팡이츠뿐만 아니라 배달의민족에도 적용되는 10가지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 시정 권고의 일부다. 여기에는 가게 노출 거리 제한, 부당한 면책 조항 등도 포함된다. 특히 가게 노출 거리 제한 조항의 경우, 배달앱 플랫폼 이용 계약의 핵심적인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입점업체에 대한 통지 절차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악천후나 주문 폭주 시 불가피하게 노출 거리 조정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통지 절차 부재는 입점업체가 적시에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노출 거리 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플랫폼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제한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주문 접수 채널 등을 통해 통지하도록 약관을 시정하기로 했다.
더불어, 대금 정산 보류·유예와 관련한 조항 역시 입점업체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유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게 규정되어 있거나 불가피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지급 보류 시 입점업체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당하다고 판단되었다. 이에 대해 양사는 대금 정산 유예 사유를 구체화하고 일부 삭제했으며, 소명 기간을 연장하여 이의 제기 절차 보장을 강화했다. 또한 계약 종료 시 사업자가 입점업체 판매 대금의 일부를 예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고, 플랫폼 귀책 사유로 정산 절차가 지연될 경우 지연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약관을 시정했다. 고객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변경할 경우 충분한 기간을 두고 개별 통지하도록 하고, 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거나 축소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 책임을 지도록 시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약관 시정 조치를 통해 주요 배달앱 사업자들은 입점업체와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하고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입점업체가 불공정 약관으로 인해 입을 수 있는 피해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공정위의 시정 권고안을 제출했으며 신속히 약관 개정 절차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가게 노출 거리 제한과 관련해서는 시스템 개선을 완료하는 대로 즉시 시행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적극 점검·시정하여 건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