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으나, 짧은 만남에서조차 느껴졌던 친절함 때문에 안타까움은 더욱 깊었다. 소셜 미디어에는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이어졌고, 그중 한 팬의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따라가고 싶다’는 절박한 심경을 담은 글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다행히 주변의 따뜻한 권유와 격려에 힘입어 ‘순간적인 마음에 잘못 생각했다’는 답글을 남기며 위기를 넘겼지만, 이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고통의 그림자를 드러내며 작은 관심과 적절한 개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들은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사회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이에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자살 예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자살 예방 주간을 맞아 서울 용산역에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동으로 ‘2025 같이 살자, 같생 서포터즈 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같생 서포터즈’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며, 무거운 주제인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박람회 현장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도록 안내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특히 ‘온정(溫情) 109’ 부스에서는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와 SNS 상담 앱 ‘마들랜’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109’는 ‘한 명의 생명도 자살 없이 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24시간 운영되는 전문 상담 전화로 누구나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마들랜’은 ‘마음을 들어주는 랜선 친구’라는 뜻으로,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창구이다. 이 외에도 자살 사후 대응 서비스와 심리부검 등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개념들을 퀴즈와 게임 형식으로 풀어내어 참여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심리부검’이라는 개념이 주목받았다. 심리부검은 고인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유족 및 지인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사망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인을 살펴보는 체계적인 조사 방법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심리부검 담당자에 따르면, 심리부검은 자살자의 가족, 동료, 연인, 친구 등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망 전 최소 6개월간의 행적에 대한 보고가 가능해야 하며, 사별 기간은 3개월에서 3년 이내로 제한된다. 이 과정은 2~3시간가량 소요되는 구조화된 면담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여 비용은 없다. 심리부검 과정에서 유족의 심리 정서 평가가 이루어지며, 결과서 제공 및 원격 체크, 애도 지원금(2025년 기준 30만 원/건) 등이 지원된다. 이러한 심리부검 데이터는 연간 보고서 및 연구 보고서 발간, 교육 자료 제작, 정책 개발 등 자살 예방 시행 계획 수립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한편, 지난 9월 12일 정부는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통해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2034년까지 현재 10만 명당 28.3명 수준의 자살률을 17.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살 시도자뿐만 아니라 유족을 포함한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 관리와 기관 간 연계 체계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심의·의결했으며, 내년도 관련 예산을 708억 원으로 대폭 증액할 계획이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희망이 있다’거나 ‘힘내라’는 말은 때로는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죽고 싶다’는 말 속에는 ‘살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과 ‘도와달라’는 간절한 외침이 함께 담겨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따뜻한 다가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알려진 심리부검과 같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더욱 널리 알려지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온전히 닿기를 바란다. 이러한 사회적 노력들이 모여 더 이상 비극적인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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