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던 이들에게 갯벌은 늘 불편한 존재였다. 낚시를 방해하는 질척한 땅으로만 여겨졌던 갯벌이 사실은 지구 온난화를 막는 강력한 탄소 저장고이자, 수많은 철새의 생명을 지켜주는 생명의 보고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갯벌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해양경찰청이 민·관 협력을 통해 선보인 해양환경 온라인 교육 플랫폼 ‘하이 블루카본’은 이러한 갯벌의 숨겨진 가치를 디지털 세상으로 끌어들여, 우리 사회에 갯벌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갯벌은 단순히 진흙으로 뒤덮인 바다처럼 인식되었지만, ‘하이 블루카본’ 플랫폼은 이러한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숲보다 50배 빠르게 탄소를 흡수하는 갯벌의 놀라운 능력은 ‘하이 블루카본’의 핵심 콘텐츠로 소개된다. AI 캐릭터 ‘꼬마 해홍이’와 함께하는 디지털 생태 놀이터에서는 갯벌의 블루카본으로서의 정의와 그 중요성이 친근하게 설명된다. 갯벌이 수백 년 동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갯벌을 얼마나 과소평가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하이 블루카본’은 갯벌을 철새들의 귀한 먹이터로 조명하며, 생물 다양성 보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갯벌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한다.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의 위상을 재확인하며, 갯벌이 단순한 땅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귀중한 자연유산임을 깨닫게 한다.
‘하이 블루카본’은 콘텐츠의 풍성함에서도 남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포스코이앤씨, 한국전력공사, 월드비전, 인천시, 광양시, 부안군 등 다양한 기관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만든 플랫폼답게, 사용자들은 증강현실(AR)을 통해 집에서도 생생하게 고래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AI 캐릭터 ‘탐험대장 노을이’는 염생식물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음성과 텍스트로 제공하여,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대가 흥미롭게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퉁퉁마디, 해홍나물과 같은 염생식물에 대한 세밀화 엽서와 교안, 영상 자료는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어 교육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나도 해양환경 보전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남길 수 있는 환경 서약 코너는 참여형 콘텐츠의 정점을 보여준다. 비록 온라인 체험 신청이 아직 열리지 않아 즉각적인 참여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이러한 기능들은 해양환경 보전을 일상 속 실천으로 이어주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하이 블루카본’ 플랫폼의 진정한 가치는 이러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넘어, 민·관 협력을 통해 정책을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현장 활동에 있다. 해양경찰청은 인천시, 광양시, 부안군 등 지자체와 협력하고, 포스코이앤씨, 한국전력공사 인천본부, 월드비전과 같은 민간 기업·단체와도 손을 잡고 염생식물 파종 및 군락지 조성과 같은 실제 복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인천 소래습지, 부안 줄포만, 광양 섬진강 하구 갯벌 등 서해안 일대 약 2만 평 부지에서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칠면초, 퉁퉁마디 등 염생식물 100kg을 파종하는 블루카본 보호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은 탄소 흡수원을 확대하고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며, 해양환경 보전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탄소중립’과 ‘기후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민·관의 노력은 ‘하이 블루카본’ 플랫폼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의미를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하이 블루카본’은 해양환경 보전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습관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해양은 탄소중립과 기후 안정을 위한 핵심 자원이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이 블루카본’은 이러한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첫걸음이자, 갯벌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보전해 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