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는 아버지들의 육아 참여 증진이라는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유아교육 현장, 놀이터, 심지어 재택근무 중에도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024년 기준 4만 명을 넘어섰으며, 주요 기업 및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아빠 육아 교실’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정보 접근성이 높고, 이전 세대의 육아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MZ세대 아빠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결심만으로는 변화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하는 아빠’와 ‘돌보는 아빠’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전환기적 시점에서, 이제는 기업, 사회, 그리고 국가가 나서서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일상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양육 문화인 ‘K-아빠(K-DADDY)’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K-아빠’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으며, 기업 역시 돌봄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이나 재택 기반 유연근무를 도입한 기업일수록 낮은 이직률, 높은 직원 만족도, 그리고 향상된 성과 지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파르나스호텔은 최근 3년간 육아기 단축근무제 사용률이 2배 이상,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60% 이상 증가하는 등 가족친화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여 2023년 기준 8%였던 자발적 퇴사율을 2025년 상반기 3%까지 감소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이는 이직률 감소뿐만 아니라 신입사원 지원자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더 나아가, 기업 내 실질적인 돌봄 문화 전환을 위해서는 제도 마련과 함께 ‘실행 구조’의 설계가 중요하다. 육아휴직 전후 복귀자를 1:1로 연결하는 ‘Care Buddy(케어 버디)’ 제도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팀워크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조직의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에 ‘휴가 사용률’이나 ‘돌봄 균형 지표'(Care KPI, 케어-케이피아이)를 포함함으로써, 상사가 먼저 육아휴직을 실천하고 팀원이 이를 따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한 대기업에서는 상급자가 2주간 육아휴직을 먼저 사용하자 팀 전체의 휴가 사용률이 약 1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리더의 행동이 조직 문화 전환에 실질적인 계기가 된다는 조직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또한 ‘K-아빠’ 생태계 구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에 대해 R&D, 세제 혜택, 해외 진출 투자 우선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해외 투자 유치 설명회에서 ‘K-아빠’ 인증 기업에 대한 우대 투자 모델을 제시하고, ‘Care ESG’ 개념을 반영한 공공조달 및 정부 위탁 사업 선정 시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국제적인 협력 또한 중요하다. ‘100인의 아빠단’과 같은 프로그램을 UNESCO, OECD 가족정책 센터,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하여 국제 공동사업화하고, 아빠 육아 참여 확산 프로그램 수출 및 아빠 대상 리더십 워크숍 등을 통해 글로벌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경제 생태계 구조 혁신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K-아빠’의 문화적 확산을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 및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돌봄은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 영역으로서, 한국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성장, 협력의 이야기는 세계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미 소셜미디어(SNS)에서 공유되는 ‘100인의 아빠단’ 콘텐츠는 1800만 회 이상의 누적 노출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 주도의 아빠 육아 일기 스토리텔링 마케팅, 유튜브·OTT를 기반으로 한 아빠 육아 웹시리즈, 브랜드 협업 콘텐츠,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아빠와 국내 아빠들의 글로벌 육아 교류 콘텐츠 제작 등 ‘K-아빠’ 기반의 공공외교형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화 콘텐츠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세계와 연결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아빠들의 변화는 개인의 진심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여정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사회, 그리고 국가의 적극적인 참여와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일하는 아빠’와 ‘돌봄 아빠’ 사이의 균형을 사회 전체가 지지하고 확장할 때, ‘K-아빠’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한국의 새로운 사회 혁신 모델이자 세계가 주목할 기준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역할이 사회 전반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 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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