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현장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곳곳에서는 AI 도입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문제와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AI를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2027년까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관련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1회 산업 AI 엑스포’는 이러한 국가적 노력의 일환으로, 국내 100여 개 기업이 참여하여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다양한 AI 솔루션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AI와 산업의 융합,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다’라는 주제 아래, 이번 엑스포는 AI가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문제 해결사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엑스포에서는 특히 하드웨어에 탑재되어 산업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피지컬 온 디바이스 AI’ 기술이 주목받았다. HP 코리아는 고성능 CPU와 GPU를 탑재한 워크스테이션과 함께 영상 텍스트를 인식하는 VLM 기술을 시연하며 AI 개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빌린트는 기존 GPU보다 AI 연산에 훨씬 최적화되어 전력 비용을 60%까지 절감할 수 있는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선보여, AI 시스템 구축 시 비용 효율성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
다양한 로봇 분야에서도 AI의 발전상은 두드러졌다. 에이 로봇은 주사위 게임이나 물통 전달 등 사람과 유사한 동작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에릭스’를 공개했다. 클레비는 초거대 언어 모델 기반 AI를 드론과 로봇에 적용하여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고 복제하는 시연을 통해 AI의 높은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에 바로 도입되기에는 아직 배터리 문제가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는 점이 시사되었다. 현재는 배터리 소진으로 인한 공정 중단 위험 때문에 로봇 팔과 같은 형태의 로봇들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AI 적용 사례도 다수 소개되었다. 제조 공정에서 로봇 팔에 탑재되는 AI를 개발하는 스포티는 평면뿐만 아니라 곡면에서도 나사를 정확하게 맞추는 기술을 시연하며, 소량 맞춤 생산 시스템에 적합한 AI의 뛰어난 대처 능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농업 현장에서 블루베리를 운송하는 로봇 ‘일로’는 AI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의 결합은 산업 현장의 안전과 정확성을 한 차원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무실에서 공장의 모든 설비를 가상공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통해 현장 설비의 실시간 생산 상태와 불량 이미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제조 전 과정에서 생산 부품 최적화, 품질 예측, 그리고 안전 사고 예방에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산업 현장의 AI 도입과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도 ‘국가AI전략위원회’ 출범(9월 8일)을 통해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11월까지 ‘대한민국 AI 액션플랜’을 수립, 발표할 예정이며, 이는 AI 기술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AI는 인간의 판단을 돕고 예측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며, 나아가 인간의 지능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제1회 산업 AI 엑스포’를 통해 드러난 산업 현장의 AI 적용 사례들은 AI가 이미 우리 삶과 산업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산업 AI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 엑스포에서 확인된 AI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한국이 가진 강점과 결합하여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