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책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생태계’에 대한 몰이해가 정책의 근본적인 실패를 야기하며, 이는 도시와 산업 현장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세상사의 대부분이 고유한 생태계 안에서 돌아감을 강조하며, 이러한 생태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정책은 ‘가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분석적 시각으로 볼 때, 현재 대한민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과 혁신도시의 고립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방치된 ‘문제’의 핵심을 보여준다.
원문에서 지적하듯이, 지방 도시를 살린다는 명목 하에 조성된 혁신도시는 본래 목적과는 달리 ‘독수공방’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젊은 부부들이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혁신도시로 발령이 나더라도 배우자가 취업할 일자리가 없다면 해당 가구는 이주를 결정하기 어렵다. 이는 혁신도시가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일자리 생태계’를 고려하지 못한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마찬가지로, 인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신도심에 아파트를 공급한 결과, 많은 지방 도시들은 ‘원도심 공동화’라는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 과거 번화했던 원도심은 사람이 떠나 텅 빈 공간으로 변해, 마치 해가 지면 귀신이 나올 듯한 두려움을 자아내는 곳이 되었다.
이러한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은 지역 교통망 구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창원에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가 50km도 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청년들은 “마음의 거리 500km”라고 말한다.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이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차라리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로 향하려는 유혹을 느낀다.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통근 전철’과 같은 교통망 확충은 타당성 검토에서 늘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역 주민들의 실제 이동 패턴과 생활 방식을 고려한 ‘생태계’ 기반의 교통 계획이 부재하기 때문이며, ‘늘’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더 나아가, 반도체 산업의 경쟁에서도 ‘생태계’의 중요성이 간과되었음이 지적된다. 압도적인 1위였던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뒤처지는 이유는 파운드리 산업의 복잡한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산업은 팹리스, 디자인 스튜디오, IP 기업, 파운드리, 패키징 및 후공정으로 이어지는 긴밀한 협력 체계에 기반한다. 삼성전자는 IP 파트너 수나 패키징 기술 등에서 TSMC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으며, 이는 곧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이 단순한 기술력 싸움이 아닌 ‘생태계 전쟁’으로 바뀌었음을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생태계’를 번성시킬 노력 없이, 단독적인 노력만으로는 결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론적으로, 박태웅 의장의 지적처럼 세상일의 대부분이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감을 간과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원도심 공동화와 혁신도시의 고립, 지역 교통망 구축의 어려움, 그리고 첨단 산업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모두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 초래한 결과다. 만약 빌 클린턴에게 당시의 어려움을 물었다면, 그는 분명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고 답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정책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을 묻는다면, 그 답은 명확하다.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 바로 이 ‘문제’를 직시하고, ‘생태계’를 살리는 정책적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