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 심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과거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 추진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린 자립적 발전과 실질적인 자치분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면서,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이제는 개별적으로 추진되어 온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합하여 ‘지방주도 균형발전’과 ‘책임 있는 지방분권’을 핵심 목표로 삼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제시하고 나섰다.
지난 20여 년간 역대 정부는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건설과 같은 공간적 분산 정책부터 시작해 광역경제권 형성을 통한 지역 경쟁력 강화, 지역 생활권 단위의 주민 삶의 질 개선, 나아가 사람, 공간, 산업 정책을 아우르는 지역 자립 기반 강화에 이르기까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지향점은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5년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이 전국 대비 50%를 넘어섰으며, 2017년에는 일자리 수, 2019년에는 인구수에서도 수도권 비중이 50%를 돌파하는 등 수도권으로의 인구 및 경제력 집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지방 소멸 위기감 또한 심화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했다. 핵심은 그간 따로 논의되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다. ‘지방주도 균형발전’과 ‘책임 있는 지방분권’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2023년 7월,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제정을 시작으로,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또한, 지방시대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정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를 개편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방시대의 비전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 및 실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 11월, 중앙부처, 17개 광역시·도, 그리고 4+3 초광역권이 협력하여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했다. 이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관련 정책 및 사업을 연계·통합한 국내 최초의 계획으로서, 지방분권, 교육개혁, 혁신성장, 특화발전, 생활복지라는 5대 전략을 중심으로 한다.
특히, 지방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는 대표 프로젝트들이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를 촉진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발전특구’는 2024년 1차, 2차 지정을 통해 14개 광역시·도에 걸쳐 74조 3,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투자 유치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지역 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 그리고 지역 정착을 목표로 하는 ‘교육발전특구’는 2024년 1차 31곳, 2차 25곳 등 전국에 총 56곳이 지정되어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기업, 지역 공공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 외에도 도심융합특구, 로컬리즘 기반 문화 특구, 첨단 전략산업 거점 육성 사업 등 지역의 수요와 선호도가 높은 다양한 사업들이 중앙과 지방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향후 지방시대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 ‘지방주도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비전과 목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둘째,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등 핵심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체감형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셋째, 각 광역시·도에 구성된 지방시대위원회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 목소리가 중앙 정부로 올라가는 역제안(bottom up)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지역이 진정한 자율성을 가지고 지방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과감한 권한 이양과 규제 특례 도입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등 모든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노력들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지방시대’ 구현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